PK 출신 차기 대권 유력 주자 ‘눈에 안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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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일관되게 적용되는 원칙이 있다. 바로 “권력은 PK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3대 대선 이래 이 룰을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부산·울산·경남(PK) 출신이 대통령이 되거나 PK가 지원한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20대 대선(2022년 3월 9일)을 660일 남겨 놓은 지금,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유력 대선 후보 중에서 PK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PK 대권주자 실종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호남 출신 이낙연 압도적 1위에
홍준표·김두관·김영춘·김태호 등
부·울·경 후보군 지지도 ‘바닥’
‘PK 정권’ 유권자 기대감 떨어져
사람 안 키우는 지역 분위기 한몫

13대 대선 이후 7명의 대통령 중 3명(김영삼 노무현 문재인)이 PK 출신이다. 게다가 13대(김영삼) 14대(김영삼) 15대(권영길) 16대(노무현) 17대(권영길) 18대(문재인) 등 대선에서는 높은 지지를 받은 유력한 PK 출신 후보가 있었다. 19대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홍준표·안철수 등 1~3위권 후보가 모두 부·울·경 출신이었다. 표의 결집력이 떨어지는 수도권을 제외하곤 PK가 단일 권역으론 가장 인구가 많아 유리한 측면도 있었지만 당시 PK 정치인들의 정치력이 뛰어나기도 했다. 그만큼 PK의 정치적 위상이 높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요즘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야 후보군에 포함된 PK 출신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차기 주자들 중엔 더불어민주당 김영춘·김두관 의원과 무소속 김태호·홍준표 당선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이 후보군에 포함된다. 여기에 경남 창녕 출신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대법관을 지낸 안대희 변호사 등이 광의의 대선 후보군에 들어간다.

그러나 지지도는 형편없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안철수(3%) 홍준표(2%) 박원순(1%) 세 사람은 하위권에 머물렀고, 나머지 정치인들은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1위는 이낙연(29%) 전 총리가 차지했다.

이 전 총리가 40.2%를 기록한 리얼미터·오마이뉴스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지난달 20~24일)에서도 홍준표(7.6%) 안철수(4.9%) 박원순(2.0%) 후보는 매우 저조한 지지율을 보였다. 다만 홍준표 당선인이 전달(4.5%)보다 3.1%포인트(P) 상승한 점이 눈길을 끈다.

PK 주자들은 정치적 위상도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김영춘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고, 김두관 의원은 ‘PK 대표 주자’에 걸맞은 존재감을 아직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김태호·홍준표 당선인은 여전히 통합당 복당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세 결집에 애를 먹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어정쩡한 행보로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 동시에 공격을 받고 있다. 김경수 지사와 안대희 전 대법관도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PK 차기 주자들은 부·울·경에서조차 제대로 인정을 못 받고 있다. 호남 출신인 이 전 총리는 한국갤럽(24%)과 리얼미터(35.8%) 조사 모두 PK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PK 주자 중 가장 지지도가 높은 홍준표 당선인도 부·울·경(리얼미터 조사)에선 이 전 총리-이재명 경기지사-황교안 전 총리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이 같은 현상은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 최근 들어 ‘부·울·경 인물’을 키우기는커녕 홀대하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현 정권에서 동남권신공항 등 주요 현안이 조속히 해결되지 못해 ‘PK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현안 해결이 지연되고, 각종 인사에서 소외받는다는 느낌이 퍼지면서 ‘PK 정권’에 대한 희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유력 주자를 키우지 않으려는 PK 정치권의 잘못된 분위기와 부·울·경 후보들의 저조한 ‘권력 의지’도 한몫한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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