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0주년, 아직도 참회 않는 ‘내란수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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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광장에서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이하 5·18) 40주년을 맞아 당시 신군부의 최고 책임자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전 씨는 ‘5·18과 자신은 관련 없다’며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며 사죄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반면 신군부의 또 다른 책임자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투병 중인 상황에서도 사죄 의지를 표현해 대조를 이룬다.

전 씨는 현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재판은 5·18 당시 발포 명령과 연관되는 혐의가 아니라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것이다.

전두환 사죄조차 않고 책임 회피
서훈 취소 무궁화대훈장 반납 거부
추징금 1000억가량 아직 안 내
투병 노태우 ‘사죄 행보’와 대조

전 씨는 2017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시민군 편에 섰던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실어 유족들로부터 형사 고발당했다. 전 씨는 이번 재판에서도 기존 재판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다. 지난 3월 법정에 들어서기 전 ‘5·18 발포명령자’를 묻는 질문에 전 씨는 “이거 왜 이래”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1995년 전 씨는 내란수괴 및 내란모의참여, 내란목적 살인 등 13개 혐의에 대해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전 씨는 현재까지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며 1000억 원 가량을 내지 않고 있다. 또 전 씨는 2006년 훈장 서훈이 취소된 이후 7년 동안 훈장 반납을 거부하다 2013년 무궁화대훈장을 제외한 9점을 반납했다. 무궁화대훈장은 대한민국 최고 훈장이다. 그러나 전 씨가 자진 반납하지 않으면, 사실상 환수가 불가능하다.

5·18 관련 단체들은 지난 16일 서울 연희동 전 씨 자택 인근에서 진상 규명과 사죄를 촉구하는 차량 행진을 벌였다. 무릎을 꿇은 전씨 모습의 조형물을 실은 트럭을 필두로 ‘오월정신 계승, 촛불혁명 완수’ 등 문구가 적힌 선전물과 태극기를 차에 달고 줄지어 이동했다. 5·18 광주항쟁 40주년 기념사업 시민추진위원회 “우리는 사죄조차 하지 않는 학살자 전두환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도 참회하지 않는 책임자들에게 심판을 내리는 투쟁이자 광주항쟁의 순수함을 훼손하는 세력에 대한 오월 세대의 경고”라고 행진 취지를 설명했다.

반면 노 씨는 가족을 통해 사죄의 뜻을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노 씨의 가족들은 최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하고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죄했다. 노 씨는 수년 전부터 가족들에게 ‘5·18 민주묘지에 가서 참배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으나 투병을 지속하며 행동에 옮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 씨는 암·폐렴 등 잇단 투병 생활로 자택에서 요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씨의 뜻을 따라 장남 재헌 씨는 지난해 12월 광주 남구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5·18피해자를 만났다. 재헌 씨는 “5·18 당시 광주시민과 유가족이 겪었을 아픔에 공감한다. 아버지께서 직접 광주의 비극에 대해 유감을 표현해야 하는데 병석에 계셔서 여의치 않다”며 “광주의 아픔이 치유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재헌 씨는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1시간 30가량 머무르며 헌화와 참배를 하기도 했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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