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 측근 사퇴 번복 시청 복귀… “부산시민 우롱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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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던 핵심 정무 라인인 신진구 대외협력보좌관이 업무에 돌연 복귀(busan.com 15일 단독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들끓고 있다. 특히 갑작스러운 신 보좌관의 복귀에 여권 핵심 세력이 개입한 거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다.
17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신 보좌관은 지난 13일 시에 ‘사퇴 의사 철회서’를 제출하고, 14일부터 서울서 정치권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업무를 재개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지난달 23일 오 전 시장이 사퇴함에 따라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고, 지난달 28일에는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그동안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지난달 사직서 낸 신진구 보좌관
사직 철회서 제출 후 업무 복귀
공무원노조 “시정 혼란 불러”
‘여권 핵심 세력’ 입김 의혹도

신 보좌관은 “개인적으로 어깨가 무거워,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리가 필요하고 부산시민에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 앞선다”며 “부산시에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부산 시정을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도 “동남권관문공항, 국비 확보 등 당장 현안이 많다. 현안을 잘 아는 신 보좌관이 국회, 시의회, 시민단체 등 대외 업무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보좌관의 복귀에 시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김 모(55) 씨는 “부산의 명예를 실추시킨 오 전 시장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사람이 지금 와서 슬그머니 돌아온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박 모(46) 씨도 “책임지고 사퇴할 때는 언제고 맘대로 다시 오다니, 납득하기 힘들다. 이제 와 다시 받아들이는 부산시도 도통 이해가 안 된다. 부산에 그렇게 인재가 없느냐”고 반문했다.

부산공무원노조도 성명을 내고 “부산의 이미지를 최악으로 실추시키고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 돌아와 일한다는 것은 시정에 혼란과 분열만 야기시킬 뿐”이라며 “자진 사퇴하고 더 이상 부산시민을 우롱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18일 오전 시청 로비에서 신 보좌관의 출근저지 투쟁을 예고했다.

신 보좌관이 돌연 복귀한 것을 두고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의 복귀는 본인이나 부산시의 의지가 아니라 시와 가교 역할이 필요했던 여권 핵심 세력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친문 이너서클로 불리는 여권 핵심 세력이 민심 조기 수습을 위해 조만간 오 전 시장을 경찰에 자진 출두시켜 사건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부산 정치권 한 관계자는 “보름 이상 신 보좌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데, 이는 어떤 윗선의 입김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부산 총선의 패배와 오 전 시장 사태로 입지가 줄어든 여권이 부산 시정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시정을 잘 아는 신 보좌관을 재활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사퇴 의사를 밝히고 사직서까지 제출했던 사람이 복귀하고, 시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게 상식적으로 당사자 의지로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오 전 시장 때 말썽이었던 정무 라인이 변성완 시장 권한대행의 발목을 다시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세헌·김영한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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