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져 가는 지역 서점, ‘부산시 인증제’로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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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박양우(오른쪽에서 세 번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역 서점 관계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비상사태 속에서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이 ‘지역 서점 공인 인증제’를 비롯한 지역 서점 살리기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역 서점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의 한 지역 서점을 찾아 “사람들이 맛집을 탐방하는 것처럼 고유의 매력을 가진 지역 서점들을 더 많이 찾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체부는 지난 3월 중순 전국 지자체와 교육청에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지역 서점을 돕기 위해 공공·학교도서관 도서 구매 때 지역 서점을 이용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올해 지역 서점 살리기 등을 위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도서 구매비 57억 원을 지원한다. 이런 지원이 실효를 거두려면 지역 서점 공인 인증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체부, 지역 서점 이용 강력 권고
부산시교육청, 올해 57억 투입
유치원·초등교 도서구매비 지원
실효성 위해 ‘인증제’ 도입해야
‘유령 서점’ 도서 입찰 방지 효과
공공도서관·지역 서점 협력 필요


■지역 서점 공인 인증제 왜 필요하나

지역 서점 공인 인증제는 말 그대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서점을 인증하는 제도다. 경기도가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왜 이게 필요한가. 2014년 도입한 도서정가제는 지역 서점 살리기에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가격 인하 경쟁에 제동을 걸어 지역 서점도 도서 판매와 특히 도서 납품 입찰 경쟁에 나란히 뛰어들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문제점이 발생했다. ‘유령 서점’이 등장한 것이다.

청소용역업체 건설업체 음식점 등 책과 무관한 업체들이 서류상 서점업을 추가해 공공·학교도서관 도서 납품 입찰 경쟁에 끼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의 경우 지역 서점 범위에서 서적 총판, 학원, 납품 위주 업체, 어린이 전집 할인매장 등을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부산에서는 유령 서점, 서적 총판, 학습 참고서 총판, 잡지 총판, 페이퍼 컴퍼니, 납품 전문서점 등이 입찰 과정에 끼어든다는 것이다. 부산의 A서점 대표는 “지역 서점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런 서점들이 공공 도서 입찰 시장을 이전에는 30%, 지금은 15%가량 장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부산시가 지역 서점 공인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11개 지자체가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B서점 대표는 “지역 서점 인증은 배타적 혹은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서점단체·조합이 아니라 부산시(부산시교육청)가 직접 나서는 ‘공인’ 절차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시의 모범적 사례 확산

코로나19 비상사태 속에서 고양시의 모범적 사례가 회자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는 지역 서점 살리기를 위해 공공 도서 구매 때 10% 할인 없이 정가로 구매하고 있다.(통상 공공·학교도서관 입찰은 정가의 90%로 진행된다). 한 서점 관계자가 이를 건의했는데 일주일도 되지 않아 실행이 발 빠르게 결정됐다고 한다. 고양시에는 경기도 공인 인증 지역 서점 27곳이 있다.

이런 사례는 서울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와 성동문화재단은 코로나19 대책으로 지역 서점에서 공공도서관 책을 100% 정가로 구매하고 있다. 서울시는 4~5월 동네 책방(지역 서점)을 대상으로 문화 프로그램 운영비 100만 원도 지원하고 있다. 그 대상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난해 50개에서 올해 120개로 늘렸다. 부산시도 당장 피부에 와닿는 지역 서점 살리기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공공도서관, 지역 서점서 구매를

지난해 4월 부산에서는 지역 서점 활성화 지원 민관 라운드 테이블도 열렸으나, 구체적 정책 실행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부산의 C서점 대표는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의 지역 서점 살리기 정책은 전혀 와닿는 것이 없다”며 “확률적으로 성사가 어려운 도서 입찰에는 시간도, 인력도 모자라 참여를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B서점 대표는 “코로나19로 운영이 너무 어려워 4월 초부터 학교 장터(S2B) 도서 구매 입찰 66건에 응찰했는데 2건밖에 성사되지 않았다”며 “상당수 학교는 지역 서점 자격이 없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학교 장터(S2B)에 그냥 던져둘 것이 아니라 공공·학교도서관과 지역 서점의 아름다운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손에 잡히는 행정’을 펼쳐야 할 때라는 것이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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