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공사로 윗마을 물 말라 농사 접을 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함양~울산 고속도 영산터널 공사 지하수 고갈돼 나무 고사 등 피해

경남 창녕군 영산면 구계리 인근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2공구 터널공사 현장. 이 공사로 구계리 일대의 지하수가 마르고 저수지가 고갈되어 논농사를 포기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경남 창녕군 영산면 구계리 인근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2공구 터널공사 현장. 이 공사로 구계리 일대의 지하수가 마르고 저수지가 고갈되어 논농사를 포기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신설 공사 구간에 포함된 경남 창녕군 영산 일부 마을이 심각한 지하수 고갈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사인 도로공사나 시공사인 코오롱건설 측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주민만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도로공사와 코오롱건설에 따르면 창녕군 영산면 구계리 부근에서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창녕~밀양 건설공사 2공구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다. 터널은 상행선 4.9km, 하행선 5.1km, 폭 각 4차로 규모로 마무리 굴착공사가 한창이다.

문제는 이 터널 위에 150호 규모의 구계리 일대 마을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마을은 최근 계곡과 저수지가 마르고 지하수가 고갈돼 나무가 죽거나 논농사를 포기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현장 취재 결과 주민 A 씨는 1만여 평의 땅에 고로쇠 400주를 심어뒀지만 이 중 상당수가 고사 상태다. 계곡물이 마르는 바람에 개인 상수도도 사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50대 여성 B 씨는 정원 연못이 마르고 집 뒷편 대나무밭도 하얗게 말라가고 있었다.

C 씨는 아예 2000여 평에 달하는 논농사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비 온 뒤 가득 차 있어야할 저수지가 바닥이 드러날 정도라 농업용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대부분 논농사를 하며 살아가는 이 일대 농민은 C 씨처럼 물 부족으로 너도나도 농사일에 손을 놓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하단부에서 대단위 터널공사를 하는 바람에 지하수가 고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사나 시공사, 행정기관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건설 관계자는 “현장을 관찰하거나 지하수 전문가를 불러 자문을 구하는 등 지켜보고 있는 중이지만 인과관계를 입증할 단서가 없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측도 “지하수와 저수지 등을 조사중인데 인과 관계가 입증되면 대체시설 건립 등을 놓고 주민들과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창녕군 측은 일단 모내기를 할 농업용수 부족 부분에 대해서는 관정을 뚫어 물공급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사진=백남경 기자 nkback@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