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보며 수업” 기대 반, “감염 번질라” 불안 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고3, 80일 만에 등교수업

고등학교 3학년 등교 개학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부산 동래구 명장동 충렬고등학교 정문에서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정문에는 선생님들이 준비한 학생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다섯 번 연기 끝에 80일 만에 시작되는 등교수업을 하루 앞둔 19일. 부산 부산진고 입구 전광판에는 “얘들아 건강하게 돌아와줘서 정말 고맙다”라는 글이 띄워져 제일 먼저 고3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교정 중앙의 물레방아 연못에는 전에 없던 수련과 부레옥잠이, 학교 곳곳에서는 벵갈고무나무와 산세비에리아가 학교에 ‘생기’를 불어넣을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식물은 최근 부산시교육청이 내려보낸 ‘화훼농가 살리기’ 지원금으로 구입한 것들이다.


점심시간 늘리고 급식실 칸막이
띄워 배치한 책상 소독 또 소독

교사들 “학력격차 빨리 좁혀야
마스크 종일 착용 가장 걱정돼”


■드디어 학생들이 학교에 온다

80일 만의 만남을 하루 앞둔 19일에도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온라인 수업 마지막 조례와 종례에서 교사들은 “드디어 만나는구나” “내일 우리 진짜 만나자”며 감격의 마음을 전했다. 부산 충렬고는 “너희가 와서 비로소 봄, 학교는 이제야 푸르른 청춘”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학생들을 반기는 마음을 전했다.

학교는 이날 마지막 점검을 하느라 분주했다. 발열체크 카메라와 각 교실에 비치할 체온계와 손소독제 등을 반별 세트로 챙기고, 급식실 등 줄을 서야 하는 곳에는 학생 간 1m 이상 간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정 거리마다 스티커를 붙였다. 복도에도 일방통행을 위한 스티커를 부착했다. 급식실에는 아크릴 칸막이 설치를 마무리했고 학생들이 지그재그로, 지정한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번호표도 붙여 뒀다. 급식실은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이용하게 하고 한 학년 식사가 끝나고 나면 알코올로 닦는 등 소독도 실시한다. 부산진고는 점심시간도 60분에서 80분으로 늘렸다. 학생들 안전을 위해 에어컨 필터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그동안 몇 번을 했는지 셀 수도 없을 정도지만 이날 고3 등교를 하루 앞두고 고3 교실 책상 등에 알코올 소독도 또 진행했다.

정선락 부산진고 교장은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올지 우리도 궁금하다”면서 “그동안 집에만 있어 ‘확 찐 자’가 많아 체육 교사들이 학생들 간 서로 안 부딪치면서 할 수 있는 배드민턴, 탁구 등 활동적인 수업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갑지만 걱정도 되는 선생님 마음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고 가을 대유행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45만 명 고3 학생들의 상급 학교 진학, 사회 직업 진출의 길을 무한정 유보할 수 없다"며 등교 추진 이유를 재차 밝혔다.

많은 고교 교사들은 “등교 연기 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아이들 간 격차가 눈에 띄게 커졌고 그것이 소득격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 하루빨리 등교를 해야 한다”면서도 “막상 등교를 한다고 하니 걱정되는 것도 많다”고 했다.

교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마스크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는데 학생들이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가능할지,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교사들이 어떤 마스크를 써야 수업도 효율적으로 하고, 덜 힘들지에 대한 고민이다. 마스크 때문에 목소리가 작아질 것을 우려해 휴대용 마이크를 구입한 교사들도 있었다.

권혁제 정관고 교장은 “교사들이 방역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어 학생들 지도와 교육에 소홀해질 수 있는 만큼,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학교 방역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한 교사는 “방역 기준에 맞춘 생활지도가 쉽지 않은데 학교가 교육은 물론 방역, 돌봄기관 역할까지 해야 하는 매우 버거운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2020학년도 모든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반드시 해야 할 사업 외에는 모두 폐지하거나 축소하기로 했다.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