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공무원·대학 직원까지… 만연한 ‘공직 카드깡’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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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공무원과 국립대 연구센터 직원들이 ‘불법 카드깡’을 통해 예산을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들의 행위는 명백한 범죄이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19일 부산 해운대구 등에 따르면, 해운대구청 소속 직원 2명과 부산대 산학협력단 연구센터 직원 3명이 지난해 카드깡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관련 혐의는 ‘업무상 횡령’ ‘허위 공문서 작성’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업무 방해’ 등이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카드깡은 법인 카드 등 결제 카드로 물품을 사는 것처럼 절차를 꾸미고 물품이 아닌 현금 등을 받는 행위를 뜻한다.

법인카드로 물품 산 것처럼 꾸며
허위 서류 작성 ‘치밀한 범행’
5명 기소유예 솜방망이 처벌 논란

해운대구청 직원 2명은 2018년 12월 14일 부산의 한 사무용품점에서 구 예산 120만 원가량으로 물품을 구매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하고 결제한 뒤 80만 원 상당의 적립금을 받았다. 이들은 공무원 지방재정관리시스템 프로그램을 이용해 허위 지출결의서를 작성한 후 담당 공무원에게 제출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또 부산대 산학협력단 연구센터 직원 3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국비로 지원되는 연구과제추진비로 카드깡을 했다. 사무용품 허위 견적서를 승인받아 법인카드로 결제한 뒤, 물품 대신 적립금을 횡령한 것. 이들은 사전 공모를 통해 2017년 말부터 지난해 2월까지 112차례에 걸쳐 예산 240만 원가량을 사용했다.

검찰은 이들의 피의 사실을 각각 인정하면서도 피해 금액이 적고 피해 회복이 이뤄진 점 등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피의 사실이 인정되지만, 기소를 하지 않겠다는 불기소 처분의 하나이자 검사의 재량이다. 그러나 시민 사회에서는 기소유예 처분이 가볍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횡령한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범행을 막을 제도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횡령 사건은 액수를 떠나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도 일벌백계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며 “21대 국회나 지자체가 관계 법령 등에 개선을 이끌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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