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슈퍼 사장님은 반색, 꽃집·탁구장 사장님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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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재난지원금 명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영향으로 소상공인 매출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이 많은 시민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겠다며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급을 지급했다. 중소 음식점과 유통 소매점들은 매출 증대 혜택을 봤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업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백화점 등 국내 대형업체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반면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 같은 곳에서는 재난지원을 쓸 수 있어 국내 업체 역차별 논란도 인다.


재난지원금 사용처 ‘쏠림’ 현상
유통·음식점서 60% 이상 쓰여
‘이케아’ 사용 가능해 논란 가중
편의점·SPC삼립·인기 음식점
슬그머니 가격 올려 눈총 받기도


■소상공인 매출은 늘어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한시적인 지원제도다. 1인 가구 40만 원, 2인 가구 60만 원, 3인 가구 80만 원, 4인 이상 가구 100만 원을 지급한다. 현금은 지난 4일, 신용·체크카드는 11일, 선불카드는 18일부터 신청받고 있다.

실제로 소상공인 업계는 대체로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매출이 올랐다며 반색한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전국의 소상공인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전의 48.7%까지 회복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전인 11일엔 45.4%였는데, 일주일 새 3.3%포인트가 올랐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의회장은 “식당가나 슈퍼마켓 등 소상공인 업종은 재난기금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상인들은 보통 장사가 잘돼도 잘된다는 말을 잘 안 하는데 대부분 괜찮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오히려 재난기금이 끝나는 8월 이후가 걱정될 정도다”고 말했다.

또한 경남 거제시는 재난지원금 지급률이 87%를 넘겼다고 25일 밝혔다. 이 중 관내 농협은행과 경남은행이 발행한 선불카드 사용현황 분석 결과 지급액의 55.4%인 55억 7000만 원이 사용됐다. 주요 사용처는 마트 등 유통업(46.3%), 음식점(17.5%), 정육점·청과물·농수산물 등 식료품(13.6%), 병원·약국(5.4%), 이·미용(2.4%), 기타(학원·교육·주유소 등, 14.8%) 등으로 60% 이상이 식음료, 생활 등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차이 뚜렷

음식점과 소매점 등을 제외한 다른 업종은 큰 혜택을 못 보고 있다. 재난기금 사용처가 음식점이나 유통가 위주로 쏠리고 있다. 부산 남구에서 5년간 꽃집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꽃집은 1년 중 5월이 가장 성수기다. 재난지원금이 풀렸다고 하지만 특별히 매출의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에서 18년간 탁구장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코로나가 가장 심할 때보다는 최근 매출이 올라왔지만 재난기금 시행 이후에도 매출의 변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가구 기업 ‘이케아’ 매장에서 재난기금을 사용할 수 있어 논란이다. 이케아는 가구업으로 분류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구업계는 ‘역차별’을 주장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케아에는 재난기금을 사용하려는 시민들로 몰렸다. 지난 주말 이케아를 찾은 박 모(34·연제구) 씨는 “이케아에서 재난기금이 사용된다고 해서 처음 방문해 가정용 식탁과 선반 등 35만 원어치를 구매했다. 일요일이긴 했지만, 주차장에는 차 댈 곳이 없어서 뺑뺑 도는 등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몰려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가구산업협회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 목적은 지역 상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살리자는 취지와 명분에 맞지 않는다”며 “이케아 긴급재난기금 사용과 관련해 정부에 성명을 낸 상태”라고 했다.



■업체, 가격 올려 효과 반감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 이후 일부 기업은 슬쩍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편의점 GS25, 씨유(CU), 세븐일레븐 등은 이달 들어 조각치킨 가격을 100~200원 올렸다. 인상률로는 최대 13%에 달한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이미 3월에 공문을 통해 통보된 내용으로, 재료로 사용되는 원료육 수입단가가 오른 일부 제품만 인상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SPC그룹 계열사인 SPC삼립도 대리점에 공급하는 일부 빵 품목의 가격을 이달부터 20%(100원) 인상했다. 대리점들은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의 가격 인상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회사 측은 “4년 만의 인상”이라며 가격 인상 요인이 누적돼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손님이 몰리는 음식점들도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가격을 올려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부전동에 사는 최 모(50) 씨는 “재난지원금을 받아 가족들과 외식으로 자주 찾던 삼겹살 가게를 찾았는데, 삼겹살 1인분 가격이 평소보다 2000원 올라 있더라. 다른 음식점과 소매점도 이렇게 가격을 올려,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때마다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언짢은 기분을 지울 수 없다”고 털어놨다.

황상욱·김민진·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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