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존중받아 마땅한 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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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응원했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던 메달리스트가 그루밍 성범죄를 저질러 결국 구속됐다. 2개월 전에는 25개월 된 딸 아이가 초등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국민청원이 있어 많은 국민이 함께 분노하며 청원에 동의한 사람만 50만 명이 넘었는데, 이 사건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두 사건 사이에는 실제로 성폭행이 발생했는가 아닌가의 차이는 있지만, 아동·청소년(미성년)이 사건의 중심에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며칠 전 여성가족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아청법에 비해 처벌이 강화되었음은 물론이고, 종전 ‘음란물’이라는 법적 용어도 ‘성착취물’로 개정했다.

아동과 성이 만났을 때 우리의 분노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아동과 청소년은 우리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지 지배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루밍 성범죄 역시 미성년자에게 호감이나 신뢰를 쌓아 그들의 심리를 지배하는 상태에서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인식도 하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범죄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돼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거짓 청원의 경우도 그렇다. 어린 딸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거짓이라는 게 드러났는데 결과적으로 자신의 아이를 성폭행 사건의 당사자로 만들어 버렸다. 이 역시 아이를 나의 소유로 생각한 어리석은 엄마의 잘못된 행동이 가져온 사건이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온종일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갓난아이라도 부모의 소유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어쩌면 부모가 아이에게 “우리 OO는 누구 거?”라는 질문도 하면 안 되지 싶다. 물론 그 질문은 아이의 조그마한 입에서 나오는 “엄마 거” 혹은 “아빠 거”라는 사랑스러운 대답을 듣고 싶은 마음에서 묻는 것일 거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사람이 사람을 소유할 수 없는 “나는 내꺼!”라는 정확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참아야 할 듯하다.

세상의 나쁜 몇몇 어른들 때문에 건강하게 사는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해 오던 말까지 조심해야 하는 일들이 자꾸 생긴다. 슬픈 일이지만 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가르쳐야 할 것도, 당부해야 할 것도,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아지는 오늘이다.

그래도 조금씩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고 범죄에 대해서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처벌하려 하는 것은 참 다행이다. 물론 피해자의 눈으로 봤을 때 이번 개정된 아청법 내용이 사람들이 원하는 상당 부분을 다 담지 못해 흡족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것이 앞으로 여러 번 개정되고 강화될 아청법의 마중물이기를 기대해 본다. 처벌의 경중을 떠나 범죄 뉴스가 아닌 아동도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받는 건강한 뉴스만 들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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