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턴기업 수도권 몰아주는 게 한국판 뉴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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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6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잿빛인 상황인지라 발표 내용에 더 관심이 쏠렸다. 고용안전망 강화 토대 위에 디지털과 그린 등 2개 축을 중심으로 진행될 ‘한국판 뉴딜’에는 2025년까지 76조 원이 투입된다. 그간의 재정에 비춰 보건대 “쏟아붓는다”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대대적인 규모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이날 밝힌 계획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밝힌 내용을 구체화하고 현실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누차 강조했듯이 ‘경제 전시상황’을 맞아 기존의 방식으로는 지금의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없다는 인식이 비상경제회의 전반에 깔린 것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올해 역성장은 막겠다는 의지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 전망치를 플러스 0.1%로 잡았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0.2%로 전망한 바 있다.

수도권 집중 심화할 정책 안 바꾸면
코로나19 경제 위기 해결에 역행해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맞아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는 환영받아 마땅하다. 당장 불이 났는데 방화수 사정을 보면서 주저하는 태도는 책임 방기나 다름없다. 문제는 한국판 뉴딜이라는 확장 재정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되느냐는 점이다. 개선될 정책들이나 방식을 디지털과 환경 관련으로 얼기설기 묶어놓으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될 수 있다.

그중에 가장 심각해 보이는 게 수도권 우선주의이다. 국내 유턴기업에 대해 수도권 공장 부지를 우선 배정한다는 이날 발표는 한국 경제의 잠재력을 잠식하는 판단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주지 않던 수도권 유턴기업 보조금을 신설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감염병에 따른 경제 위기 해결에 역행하는 처사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낡은 방식으로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힌 이가 바로 문 대통령이다. 그런데 고질 중 고질인 수도권 집중을 더 가져올 유턴기업 정책을 선택했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국판 뉴딜은 한국 경제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목표도 지닌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이뤄야 할 숙제가 국가균형발전이다. 분석해 보면 단순히 경제 부진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를 짓누르는 각종 불치병의 원인이 바로 수도권 비대화라는 건 상식에 속한다. 이런 중대 사안이 뒷전으로 밀렸으니 어찌 정부 정책에 신뢰를 보내겠는가. 1일 공개된 한국판 뉴딜은 향후 종합편의 ‘예고편’ 성격이 짙다. 따라서 정부는 우리나라 모든 경제 주체들의 잠재력을 살릴 방책을 앞으로 내놓아야 한다. 국토 일부만 용을 쓰는 대책은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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