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을 누르니 입주권이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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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8월부터 광역시에서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입주권으로 투자 수요가 몰린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가격은 올랐지만 거래는 많지 않은 편이다. 재건축이 예정된 남천삼익아파트. 부산일보DB

지난달 말 주부 김 모(44·부산 동래구) 씨는 동네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근 재개발구역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말을 들었다. 오는 8월부터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면서 투자자들이 재개발구역으로 몰린다는 것이었다. 그는 서둘러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지난해 말 평당 1500만 원에 거래된 35년 된 아파트를 눈여겨봤던 터였다. 걱정대로였다. 김 씨는 “부동산에서 평당 2000만 원으로 가격이 올랐는데 그마저도 매물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며 “부산 전역의 재개발구역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회사원 박 모(35) 씨는 최근 부산 남구 한 재개발구역 6평 주택을 3억 원가량에 샀다. 신용대출에 전세금과 보험금을 담보로 ‘영끌’(‘영혼을 끌어모으다’의 줄임말)해 돈을 마련했다. 예·적금 이자가 쥐꼬리 수준인 데다 대출금리가 싼 것이 결정적이었다. 박 씨는 “항상 아파트를 사려면 분양 시점에 고분양가에 프리미엄(P)까지 붙어 언감생심이었다”며 “입주권을 산 곳이 입지가 좋고, 단계가 지날 때마다 가격이 급상승해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8월부터 광역시 분양권 전매 금지
부산 재개발·재건축구역 들썩
매수대기자 크게 늘고 가격 급등
남구 6평 주택 3억 원에 거래
전문가 “입주권도 규제 예상” 경고


1일 부산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광역시에서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면서 부산 지역 재개발·재건축구역이 들썩거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11일 소유권 이전등기 때까지 분양권 전매를 금지해 분양권 대신 입주권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것이다. 일종의 ‘풍선효과’인 셈이다.

입주권은 정비사업 조합원이 기존 주택 대신 새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부산에서는 재개발이 82곳(추진 77곳, 추진위 구성 단계 5곳), 재건축이 61곳(추진 33곳, 추진위 구성 단계 28곳)에서 진행 중이다. 정비사업 때 보통 조합원 분양을 마친 뒤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철거를 하기 전에 일반분양을 한다.

부산시재건축정비사업연합회 박화식 회장(반여4구역 위원장)은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없으니 그 전에 털겠다는 매물이 일부 있기는 한데, 입주 때까지 가져갈 작정으로 기다리는 수요자들이 훨씬 많다”며 “대개 시공사 선정을 즈음해 이런 현상이 있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동래구 안락동 뉴경동공인중개사사무소 홍준성 소장은 “정부 규제 발표 이후 입주권을 사기 위해 움직이는 매수자가 크게 늘었고 전문 강의까지 있을 정도”라며 “가격이 올랐지만 매물은 좀체 없다”고 귀띔했다.

분양권의 경우 10% 남짓의 계약금에다 중간에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입주권은 집값을 전부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게다가 이미 가격이 충분히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 입주 시점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고 ‘주택’으로 인정돼 보유·거래세도 부담해야 한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분양권 전매가 금지됐을 때 투자처 1순위로 꼽힌 것이 입주권이었다”며 “조합원으로서 분양권을 확실하게 획득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분양권 시장이 죽은 상황에서는 결국 입주권 시장도 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이미 오른 피(P)를 주고 사는 것인 만큼 투자 부담이 훨씬 크다”며 “결정적으로 정부가 결국 입주권 시장에 대해서도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것은 아파트 시장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일부 건설사는 분양을 서두른다. 일종의 ‘막차’ 심리가 보태진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시 손인상 도시정비과장은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면서 분양 시점을 앞당기는 곳들이 눈에 띈다”며 “거제2구역의 경우도 원래 연말에 하려던 분양을 다음 달에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분양권 전매 금지의 영향으로 주택 공급 자체가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부산건설협회 박만일(서린건설 대표) 회장은 “정부의 목표대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형성되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이 안 될 경우 큰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아예 사업 자체를 꺼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마선·송지연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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