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출품, 승용차보다 ‘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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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구리가 승용차보다 많이 팔렸다고?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지난달로만 보면 사실이다. 4월 부산지역 수출 품목을 보면 구리 3861만 달러, 승용차 3794만 달러로 오히려 구리의 수출이 승용차를 앞질렀다. 이는 코로나19, 닛산 로그 생산 종료 등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구리는 사실 부산지역 전통 수출 품목은 아니다. 구리가 부산 수출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인데 어느새 4월 기준으로는 부산 수출 품목 4위가 됐다. 부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이 수출 품목 자료라면 본다면 부산에 좋은 광산이 있다고 오해할 정도다.

4월 3861만 달러로 車 앞질러
세관, 단순 가공·세척 수준 추측
지역수출 새 네트워크 만들어야

당연히, 부산에 구리 광산은 없다. 그래서 무역업 종사자들은 구리 수출 실적을 두고 설왕설래한다. 구리 등의 원자재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인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미국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직접 수출이 어려워지자 부산을 통해 우회 수출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부산 세관을 통과한 뒤 다시 수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업체 중 구리를 가공하는 업체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역업계 한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이면 사실 부산에서 꽤나 큰 수출기업인데도 베일에 싸여 있다”고 말했다.

세관에서도 정확한 내용은 파악이 어렵다. 부산세관에서 현재 확인이 가능한 것은 단순가공수출이라는 것 수준이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일정 수준 이상 가공이 되면 원산지가 한국이 되는데 그 정도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단순 세척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구리의 선전은 미국과 중국의 부산지역 수출국 순위를 바꾸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미국은 3월 전년도에 비해 29.3% 감소한 1억 77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중국은 1억 8200만 달러를 기록해 순위가 뒤집혔다. 3월 기록은 월별 실적 기준으로는 3년 6개월 만이었지만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연간 기록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2004년 이후 15년 이상 부산 수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4월 역시 수출 1위는 중국이고 최대 품목은 구리였다.

무역업계는 구리의 수출을 두고 대중국 교역 채널 확대하고 다변화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구리 수출이라면 어마어마한 양의 컨테이너선이 간다. 교역량이 늘어날수록 물류비가 줄어드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지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더 높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물류비뿐만 아니라 이 정도의 규모라면 중국 바이어 중에서도 구매력이 상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토대로 지역 수출 활성화의 새로운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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