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숲체험관 만든다면서 소나무 뚫어 쇠봉 박은 남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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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가 ‘장자산 숲체험관’ 소나무에 쇠봉을 뚫어 시설을 설치해 물의를 빚자 뒤늦게 철거했다. 쇠봉 철거 후 나무에 구멍이 난 모습(사진 맨 위)과 쇠봉 철거 전 시설물 모습.
숲과 산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교육·체험 시설인 부산 남구 ‘이기대 장자산 숲체험관’이 오히려 인근 소나무를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환경 파괴’라며 강력히 반발했으나, 사업 주체인 남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버텨 왔다. 그러나 훼손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자, 그제서야 남구청은 소나무를 훼손한 시설을 철거해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부산 남구는 해군작전사령부와 협약을 맺어 시비 1억 5000만 원으로 오륙도 SK아파트 인근 해군작전사령부의 옛 예비군 훈련장 2500㎡ 부지에 ‘장자산 숲체험관’을 지난해 말 준공하고 이르면 이달 공식 개장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남구는 그동안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공식 개장을 무기한 연기해 왔다. 숲체험관은 숲의 생태자원과 산림의 다양한 기능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으로 숲속관찰전망대, 경사줄타기, 소리 나는 거미줄 등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 15곳이 조성됐다.

이기대 장자산 어린이 시설 물의
시민단체 “환경파괴” 강력 반발
주민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나”
본보 취재 나서자 부랴부랴 철거

그러나 남구는 숲체험관 내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소나무 4그루에 길이 50cm, 너비 5cm 크기의 쇠봉 10개를 관통해 설치했다. 해당 쇠봉은 소나무 사이에 흔들다리 등의 시설을 연결하기 위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

해당 시설물에 대해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소나무에 설치된 쇠봉이 소나무의 생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생태부회장은 “사람의 몸에 상처가 나면 건강이 나빠지듯이, 소나무에 쇠봉이 관통하면 결국 소나무 성장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 박 모(36·남구) 씨는 “이기대를 산책하다 해당 시설을 자주 지나는데, 아이들을 위한 숲속 체험 시설을 만든다면서 나무에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꼭 시설을 설치해야 했나 의아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나무에 쇠봉을 관통하는 기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구멍이 난 바깥 생육 지점이 파괴돼 그 부분을 통해 썩기 시작할 수 있다. 특히 해당 시설은 아이를 위한 곳인데 소나무에 쇠봉이 박힌 채로 있다면 교육적으로도 부적절하다”면서 “또한 밧줄을 감아 놓은 다른 시설들도 나무 고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부목을 대는 등의 방식으로 수액 통로를 열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경 파괴 우려가 제기됐으나, 정작 남구청은 해당 시설에 대해 ‘소나무의 생장에는 영향이 없는 최신 공법’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부산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지난달 말 쇠봉을 철거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나무를 관통하는 시설에 대해서 혐오스럽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와 결국 철거했다. 쇠봉을 철거한 구멍에는 충전재 등을 넣어 이상 없도록 조치했다”며 “앞으로 안전 문제를 점검한 후 이르면 이달 공식 개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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