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 동부산대, ‘회생이냐 도덕성이냐’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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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에 놓인 동부산대를 인수하겠다고 나타난 재정기여자의 적격성 여부를 놓고 학교 내부가 시끄럽다. 동부산대 전경. 부산일보 DB

최근 재정난으로 폐교 절차를 밟고 있던 부산 해운대구 동부산대에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 학교를 인수하겠다는 인물이 나온 것. 그러나 그가 과거 ‘인권유린의 대명사’였던 형제복지원 후신인 느헤미야 법인의 대표(부산일보 4월 29일 자 11면 등 보도)로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앞으로 동부산대 인수 여부는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의 손에 달려 있다.


형제복지원 후신 느헤미야 법인
전 대표가 학교 인수 의향 밝혀

“해당 법인, 윤리적 문제 많다”
“전 대표 형제복지원과 무관”

결정은 교육부·‘사분위’ 손에



■왜 하필 형제복지원 관련?

폐교를 코앞에 둔 동부산대학 측은 지난달 23일 ‘단비’와 같은 소식을 들었다. A 씨가 대학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알리며 재정기여자로 등장한 것이다.

동부산대는 현재 재정난과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에 직면해 있다. 1978년 설립된 동부산대는 2012년 전임 총장의 국가 지원금 25억 원 부정 수령, 2015년 재단 임원들의 80억 원대 횡령 등으로 인해 현재 교육부의 관리를 받고 있다. 재정기여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A 씨는 재정 기여 계획 등과 관련한 정식 서류를 지난달 28일 학교 측에 공식 접수했다. 그러나 A 씨의 학교 운영 적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A 씨는 2014년 형제복지원의 후신인 느헤미야 법인의 전 대표로 있었던 인물. 현재 그는 경남의 한 지역에서 중·고등학교 4곳이 소속된 학교법인의 대표로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형제복지원은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며 1975년부터 약 12년간 부랑인 선도 목적으로 어린이·장애인·고아 등을 폭행·불법감금·암매장한 곳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대학 측에 각종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대학 내부 대립각

A 씨가 형제복지원의 후신 법인 대표로 있었다는 점 때문에 ‘대학 정상화’와 ‘법인의 도덕적 문제’를 놓고 갈등이 교내에서 격화하고 있다. 대학 측은 현재 찬반 논란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나, 대학 내부 관계자들의 입장은 확연히 갈린다.

동부산대 B교수는 “학교를 이끌겠다는 A 씨가 머물렀던 해당 법인의 전신이 형제복지원이어서 윤리적 문제가 따를 수 있다”며 “대학 입장에서 재정기여자의 등장이 반갑지만, 이 때문에 반감도 크다”고 말했다. 인수를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동부산대 C교수는 “형제복지원 사태와 A 씨는 전혀 무관하며, 그는 현재 다른 지역에서 학교법인을 운영하며 육영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며 “학교 정상화는 550명의 학생과 교직원들의 희망이다. 재정기여자와 관련 없는 과거 사건으로 소중한 기회를 잃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결정은 교육부 손에 달려

갈등이 커지자 대학 측은 지난달 25일 교육부에 A 씨 측 재정기여계획과 관련한 대학 내·외부 자문 검토보고서와 이사회 검토의견서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교육부에서 인수 계획 등이 적격하다고 판단하면, 향후 사분위가 재정 기여자의 학교 운영 능력, 재정 기여 계획 등을 판단한다. 여기서 적격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본격적인 대학 인수 절차가 진행된다. 이 경우 A 씨가 법인 책임자로 대학 이사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고, 그가 새로운 이사단을 꾸릴 것이라는 게 총장의 설명이다.

교육부는 현재 대학 측이 제출한 관련 의견서를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 판단을 거쳐 추후 사분위에서 A 씨의 재정 기여 계획과 학사 운영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해 심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만일 A 씨의 대학 인수 계획이 반려되면 동부산대는 사면초가에 빠진다. 다른 재정기여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 폐쇄 절차를 밟게 되는 것이다.

동부산대 홍수현 총장은 “대학은 교육부 측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찬반 논란과 관계없이 대학은 추후 결정될 교육부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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