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단독 개원 불사” vs 통합 “말로만 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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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가운데)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3차 추경 당정협의에서 국회 개원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21대 국회가 첫발을 뗐으나 여야가 원구성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개원 법정 시한인 오는 5일 출범은 불투명하다. 전체 의석 중 과반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개원’ 카드로 으름장을 놓고 있으며 미래통합당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지난 18대 국회에서 여야가 원구성 협상을 두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던 모습을 현재 21대 국회가 공수만 달라진 채 똑같은 논리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 문을 여는 데 지체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민주당은 내일(2일) 의원총회를 열고 일하는 국회를 위해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21대 국회 임기가 개시됐음에도 과거 일하지 않는 국회, 법을 지키지 않는 국회, 이런 국회가 재현되는 것을 민주당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야 국회 원구성 두고 평행선
법정 시한 5일 개원 ‘불투명’
與 “일하지 않는 국회 용납 못 해”
통합 “다수의 힘으로 압박 안 돼”

이해찬 대표도 “김 원내대표가 ‘이번 정기국회 개원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6월 5일에 의장단 선출을 위한 개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는데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이것이 조금이라도 협상의 대상이 된다면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탄과 실망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 사령탑인 두 대표가 국회 개원을 두고 압박에 나서자 통합당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다수의 힘으로, 인해전술로 일방적으로 하겠다는 그런 의사를 밝힌 걸로밖에 볼 수 없다”며 “협치는 입으로만 외쳤나”고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5일 개원 근거는 국회법의 첫 임시회 규정이다. 국회법은 임기 시작 후 7일째에 임시회를 열도록 돼 있다. 하지만 역대 국회를 되돌아보면 이 같은 일정에 따라 원구성 협상이 이뤄진 사례는 찾기 힘들다. 여야가 이처럼 개원을 앞두고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대한 대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양당 원내대표의 원구성 협상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도 논의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 확보가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하라는 국민의 뜻이라며 효율적 국회 운영을 위해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통합당은 관례를 근거 삼아 여야가 협상을 통해 나눠 가져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상임위 구성을 두고 대치를 이어가는 데 대해 지난 18대 국회와 닮아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한나라당(통합당의 전신) 수석부대표였던 주 원내대표는 지금의 민주당 주장과 같은 논리를 펼쳤다. 2008년 4월 8일에 있었던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153석을, 통합민주당(민주당 전신)이 81석을 차지했다. 당시 주 수석부대표는 원구성 협상에서 “의장단 선출을 포함한 개원에는 조건이 있을 수 없다”며 일단 국회 문을 열고 원 구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통합민주당을 압박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는 또 “미국은 민주당이 1석 많아 전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갔다”며 “과반 의석 당이 전 상임위원장을 다 맡도록 하면 협상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당시 통합민주당도 원내 과반을 확보한 한나라당에게 거대 여당이 횡포를 부리면 안 된다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12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지만 입장만 달라진 여야가 논리조차 당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두고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민주당 일하는 국회 추진단은 이날 회의를 통해 원구성 협상의 쟁점이 되고 있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국회의장 산하 별도 기구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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