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 레드카펫’ 밟고 교회 간 트럼프 “군대 동원” 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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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미국 수도인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이 발포한 최루탄 가스를 피하려다 넘어지는 등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다. 7일째 이어진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미국 주요 도시에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시위대와 경찰의 폭력적 대치 양상은 계속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백인 경찰관의 가혹 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46)를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7일째를 맞는 1일(현지시간)에도 미국 곳곳에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강경 진압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는 전 세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美 인종차별 항의 전 세계 확산
트럼프, 예배 통로 군 헬기 동원
“주지사가 안 하면 직접 군 배치”
주교, 트럼프 ‘포토 타임’ 분노
영국·프랑스 등 해외서도 시위
이란·중국 “미국 몰락의 신호”


■시위대 뚫고 교회 방문한 트럼프

이날 수도인 워싱턴DC 일부 지역에서는 통금 전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다. 경찰이 백악관 주변에 평화롭게 모여 있던 시위대에 최루가스와 섬광탄, 고무탄 등을 쏴 해산을 시도했고, 시위대는 “쏘지 마”를 외치며 대치했다. 이어 시위대가 해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인근 라피엣파크 건너편에 있는 세인트존스 교회를 찾아가 성경을 손에 든 채 카메라 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성공회 워싱턴교구의 매리앤 버디 주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을 비난했다. 버디 주교는 “대통령이 예수의 가르침 및 우리 교회가 대변하는 모든 것에 반대되는 메시지를 위해 유대교와 기독교의 가장 성스러운 텍스트인 성경과 내 교구의 한 교회를 허락 없이 배경으로 썼다”며 “또 이렇게 하려고 경찰이 최루가스를 사용해 교회 앞을 정리하도록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주교는 “나는 분노한다. 워싱턴 교구에 속한 우리들은 예수와 그의 사랑의 방식을 따라, 이 같은 대통령의 선동적인 언어와 거리를 둔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워싱턴DC에는 군 전투헬기까지 투입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밤 워싱턴DC 차이나타운에서 육군 소속 블랙호크(UH-60) 한 대가 ‘건물 높이 수준(Rooftop level)’으로 낮게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블랙호크는 아프가니스탄전쟁 등에 투입됐던 공격용 헬기로, NYT는 블랙호크와 함께 라코타헬기(UH-72)도 저공비행 등으로 적을 겁주는 ‘작전 기동’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는 시위 도중 경찰이 약탈 용의자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진압하는 순간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찰 여러 명이 주황색 옷을 입은 남성을 바닥에 눕혀 제압하는 순간이 담긴 이 영상에는 경찰 한 명이 체포된 남성의 목에 무릎을 대고 누르는 장면이 담겼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목에서 떨어져”라고 소리치고, 다른 경찰이 이 경찰의 무릎을 당겨 떼어냈다.



■지구촌 곳곳 “인종차별 더는 안 돼”

세계 각지에서 미국 시위대에 동조하며 인종차별을 규탄하고 있다. 1일 영국 런던에선 주민 수천 명이 미국 대사관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였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 두기 지침을 어기고 거리로 나온 이들은 “숨을 쉴 수 없다”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캐나다와 프랑스 주민들은 미국의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최근 자국에서 발생한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한 분노도 표출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지난 27일 29세 흑인 여성이 집에 경찰이 도착한 후 발코니에서 추락해 숨지자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라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6년 경찰에 체포돼 구금 중 사망한 24세 흑인 남성의 유족이 플로이드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를 열자고 촉구했다. 독일 베를린 주민들 역시 미국 대사관 앞에서 “우리를 그만 죽여라” 등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반면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이란과 중국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가리키며 ‘미국 몰락’의 신호라고 지적하고 있다.



■“주지사가 못 하면 직접 군대 배치”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군대를 포함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진압하겠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특히 주 정부가 너무 약하게 대응한다는 불만을 표시하며 주지사가 주 방위군을 동원하지 않으면 대통령 권한을 활용해 자신이 직접 군대를 배치하겠다고 압박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나라 전역에 확산한 폭동과 무법사태를 끝내려고 한다”며 “평화로운 시위대의 의로운 외침이 성난 폭도에 의해 잠겨 버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전국의 주지사들을 향해 주 방위군을 배치해 거리를 지배하라고 촉구한 뒤 이를 거부할 경우 군대를 배치해 신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대통령의 언급은 대통령이 직권으로 주에 군대를 배치할 권한을 부여한 ‘폭동 진압법(Insurrection Act)’에 근거한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 법이 마지막으로 사용된 것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때였다고 전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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