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미혜의 젠더렌즈] 21대 국회를 바라보는 단상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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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 보건복지대 학장

21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시작의 깃발을 올렸다. 이번 4·15선거에서는 역대 제일 많은 숫자의 여성 국회의원이 선출되었고 여성 관련 공약도 다양하게 제시되었지만 여성계에서는 패배한 선거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단상 1: 여성 국회의원 당선자 수는 늘었지만….

여성 국회의원 당선자 수는 2008년 41명에서, 2012년 47명, 2016년 51명, 2020년 57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비율을 보면 2008년 13.7%에서 2020년 19.0%로 나타나 여전히 정치 분야의 유리천장을 실감하게 한다. 특히 지역구 여성 당선자만 고려하면 전체 253명 중 29명으로 11.5%에 불과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0여 회원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평균 27.8%에 달하고 있다.

여성계 “4·15 총선은 패배한 선거”
여성추천보조금제 악용 사례 있어
여성 정책 관련 공약 보완 여지 커

이는 각 정당에서 여성 대표성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더불어민주당의 여성 공천 비율은 12.7%, 미래통합당은 11.0%로 여야 두 거대 정당의 ‘지역구 여성 공천 30%’의 약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에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땐 여성을 30% 이상으로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며 “지역구 여성 국회의원이 12%를 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따라서 가장 많은 수의 당선자 수에도 불구하고 여성계에서는 ‘패배한 선거’, 또는 ‘속은 선거’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단상 2: 여성 국회의원 수를 늘리기 위한 국가지원금인데….

국가혁명배당금당(이하 배당금당)은 코로나 생계지원금으로 18세 이상 국민에게 1억 원씩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여성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배당금당은 올 3월 30일 중앙선관위로부터 총선 선거보조금(여성추천보조금)으로 8억 42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그 이유는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총 77명의 여성 후보를 냄으로써 명목상 30% 이상의 비율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배당금당은 이번 총선에서 코로나 생계지원금 1억 원 지급 외에도 매월 150만 원 국민배당금 지급, 결혼 시 1억 원 지급, 지방자치제와 상속세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선거를 웃음거리로 만든다는 비난을 초래했다. 이번에도 배당금당은 전 지역구에서 경합 후보조차 내지 못했고 35개 정당이 포함된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심지어 배당금당은 여성의 권리 향상은커녕 아동·청소년 성보호 법률을 위반한 사람을 후보로 택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선관위의 여성추천보조금 제도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 집단에 대한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배당금당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거금만 챙긴 셈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에서는 “현행 정치자금법상 여성 공천 비율 수치 외 다른 요소를 검토할 근거는 없다”고 한다. 앞으로는 수치 기준만 충족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현행 정치자금법의 문제점을 반드시 수정하도록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단상 3: 여성 정책 공약은 다소 진일보한 듯 보이나….

우선 이번 총선에서 여성 노동 정책은 경력 단절 여성에 치중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 분야도 중요하지만 보다 시급한 것은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일이다. 여성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저임금 직종에 몰려 있는 한, 경력 단절 또한 불가피하게 따라 오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작업 중지권과 채용 성차별 금지법도 성평등 노동 환경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보육과 관련된 여성 정책은 상당 부분 발전적으로 나아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문제는 정당 차원에서 얼마나 우선 순위로 처리하는지에 달려 있다. 특히 돌봄노동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돌봄전담사라는 직종을 일정 부분 국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견해가 강조되고 있다. 또한 육아휴직 제도는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소규모 사업장이나 비정규직에 여성 노동자가 많기 때문이므로 이 상황을 보완하는 국가의 지원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성폭력 종식을 위해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협박 또는 폭력’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고,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법적 사회적 대응이 요구된다. 또한 아동청소년법 개정을 통해 미성년자 간음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형량 강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낙태나 유산, 월경 등 여성의 재생산권 역시 포괄적으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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