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5일 ‘법대로 개원’ 전제 막판 원 구성 협상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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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더라’는 우스갯말이 있다. 지금 우리 국회 모습이 꼭 그렇다. 21대 국회가 정식으로 문을 열기도 전에 여야 간에 다툼이 격해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5일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국회 문을 열겠다는 입장이고,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여당 마음대로 하는 꼴은 못 봐주겠다”며 뻗대고 있다. 토론과 협상이라는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 자질은 찾아 보기 힘들다. 국민의 시선 따위는 외면하고 자기들끼리 싸우기 바빴던 게 역대 우리 국회의 모습 아니었던가. 지난 선거 때는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현 의원들이 이전 국회의 전철을 그대로 밟으려 하니 한심할 따름이다.

법과 원칙 지키는 국회 모습 보여야
여야 간 조율과 타협의 묘 발휘하길

국회법은 임기 시작 후 7일째에 임시회를 열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오는 5일 21대 국회의 첫 임시회가 열려야 한다. 민주당이 ‘법대로 개원’을 주장하는 근거가 거기에 있다. 민주당은 결국 어제 오후 국회 의사과에 첫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그에 앞서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비장한 각오로 국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입법 기관인 국회가 법대로 하는 일에 어째서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지 이해 못 할 일이다. 이전 국회를 되돌아보면 개원이나 원 구성 등 국회 운영이 법에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게 관례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관례가 법에 우선할 수는 없다.

통합당이 ‘법대로 개원’에 반발하는 것은 민주당이 다수의 힘을 빌려 상임위원장 등을 독식하려 한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약자로서의 그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은 국회가 법과 원칙 안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과거처럼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걸 용납할 국민이 아니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 운운하며 법치 독재라고 주장하는 건 난센스다. 더욱이 5일 국회 개원이 강행될 경우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까지 협조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은, 지금이 코로나19 비상사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것이다. 약자일수록 원칙을 지키며 정밀한 논리로 국민에 호소해야 한다.

예전에 어떠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지금 법과 원칙이 지켜지느냐다.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곰곰이 돌아보면 답이 나올 테다. 통합당은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민이 180석으로 상징되는 거대 여권을 만들어 준 것은 무슨 뜻이었겠는가. 싸우더라도 법이 정한 틀 안에서 싸워야 한다. 거기에 어깃장을 놓는 것은 곧 국민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다. 특히 국민의 안전과 생존을 지렛대로 요구 사항을 관철하려는 태도는 전형적인 구태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동시에, 민주당은 끝까지 협상하는 자세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여당으로서 조율과 타협이라는 정치의 묘를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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