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타르발 대형 조선 수주, 동남권 경제 살리는 마중물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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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카타르와 사상 최대의 액화천연가스(LNG)선 계약을 하는 개가를 올렸다. 카타르 국영 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이 2027년까지 한국 조선 업체들에 발주할 100척의 사업 규모는 자그마치 23조6000억 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금융위기부터 시작해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고난의 행군을 할 수밖에 없었던 국내 조선 업체들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특히 조선업이 주력 산업인 경남 거제의 경우에는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들썩거리고 있을 정도이다. 물론 자동차 수출 부진과 정유사 침체로 신음하고 있는 울산도 낭보를 맞아 시민들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다.

LNG선 계약, 쾌거인 동시에 시험대
중국 맹추격 뿌리칠 기술 개발 절실

이는 부산에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거제와 울산에 있는 대형 조선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산 경제가 활력을 잃은 이유 중 하나가 조선기자재 불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형 계약이 갖은 의미는 더욱더 크다. 23조 원이라는 잭팟이 우리나라 전통 제조업의 메카라는 부·울·경의 위상을 다시 보여줄 마중물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LNG선 건조가 명실상부한 세계 1위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초대형 선박 건조 기술의 총집합체라고 할 정도로 첨단 기법이 들어가는 LNG선을 한국 조선 업체만큼 잘 만드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카타르와의 계약은 쾌거인 동시에 아슬아슬한 시험대이기도 했다. 지난 4월 중국 조선 업체가 카타르 LNG선 1차 발주량 16척을 먼저 가져가자 우리 조선 업체들이 아연 긴장했던 것이다. 어느새 중국의 기술력이 우리 턱밑까지 올라온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 실제 중국의 성장은 무서울 정도이다. 지난해 중국에선 1·2위 조선사가 합병해 중국선박공업이라는 세계 최대 조선 업체가 탄생했다. 이 조선사는 부가가치가 높은 LNG선 건조에 사활을 걸며 한국 조선업계의 텃밭을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 최대 LNG 구매력을 앞세워 국가 차원에서 대거 지원에 나선 상태이다.

한국이 과거 일본 LNG선을 따라잡은 비결은 혁신적인 기술력이었다. 앞으로 중국이 추격을 포기하게 만드는 방법도 다르지 않다. 급선무는 앞으로 카타르에 인도할 100척에서 중국과 레벨이 아예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쇄빙 LNG선 등 미래 기술 연구도 관건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약 5조 원의 조선업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 업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생각한다면 더 증가해도 무리가 아니다. 세계 시장 판도를 바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대한 뒷받침도 마찬가지다. 조선업이 회생해야 동남권도 부활을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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