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치유력 되찾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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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치료하기 / 안드레아스 미할젠 등

자연 치유력은 진화를 통해 우리 몸속에 저절로 축적된 자기 복구 메커니즘이다. 요가 명상 참선에서 취하는 마음의 고요함이 자연 치유력을 북돋운다고 한다. 부산일보DB
<자연으로 치료하기>는 ‘자연 치유력은 위대하다’는 것을 말하는 책이다. 저자는 유럽 최대 규모의 대학병원으로, 1710년 설립된 독일 샤리테 베를린 의과대학의 안드레아스 미할젠(59) 교수다. 계몽주의자 루소가 <에밀>에서 맨발로 걷기, 딱딱한 침대에서 자기, 배고픔, 갈증, 피로, 추위의 가치를 치켜세웠다고 한다. 자극과 도전, 불편함 속에서 자연 치유력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책은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첫째 인류는 현재 너무 많이 먹고 있으며 잘못 먹고 있는 방자한 문명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산의 큰 스님 한 분은 하루 한 끼 식사를 하고, 스님처럼 하루 한 끼를 먹는 이들도 제법 있다. 간헐적 단식을 통해 몸의 변화를 느끼는 이들도 많다. 저자에 따르면 단식은 몸을 치유하는 영적인 경험이다. 금욕과 무소유에서 되레 행복감이 밀려든다. 우리 문명은 이런 것들을 잊게 하고 있다. 저자의 핵심적 전언은 하루 두 끼만 먹으라는 것이다. 채식 위주로 먹고, 14~16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도 해보고, 1년에 한두 번은 1~2주 단식을 해라고 한다.

인류는 너무 많이 먹고 잘 못 먹고 있어
단식은 몸을 치유하는 영적인 체험
배고픔으로 돌아가야 자연 치유력 작동
명상·자연요법으로 만성질환 치료를

왜 이렇게 해야 하나. 책은 진화에 그 비밀에 있다고 한다. 인류가 오늘날처럼 배부른 것은 채 50년도 되지 않았다(전 지구적으로 아직 배고픈 이들은 많기는 하다). 세 끼를 챙겨먹기 시작한 것은 100년 안팎에 불과하다. 인류는 몇 백만 년을 배고프게 보내왔다. 배고플 때 인간의 뇌는 적극적으로 활기를 띤다. 실제 단식 때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이 분비된다고 한다. 배고픈 꼬르륵 소리는 생명력과 자연 치유력을 일깨우는 소리다. 배고팠던 ‘자연’으로 돌아가야 진화의 오묘한 획득물인 자연 치유력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둘째, 자연 치유력을 되찾는 지혜는 ‘오래된 미래’ 같은 것이다. 그 지혜는 인류가 너무 훤하게 알고 있는 오래된 지혜다. 몇몇 명제, 그러니까 ‘음식이 약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병든다-운동의 중요성’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실행하는 이는 매우 드물다.

자연 치유력을 북돋우는 것은 마음의 고요함이다. 다 아는 요가, 명상, 마음 챙김, 기도, 참선이 그것이다. 생각을 생각지 않고, 생각조차 말끔히 털어버리는 텅 빈 경지에 이르는 것! 저자는 매일 명상하라고 권하고 있다. 왜 이게 필요한가. 마음을 다스려야 몸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 스트레스를 다스려야 한다는 거다. 단적으로 디지털을 접할 때의 스트레스 지수는 공포영화를 볼 때와 거의 같다고 한다. 이게 인류 문명의 현주소다. 책에서는 ‘오래된 미래’의 한 예로 인도 고대 의학 ‘아유르베다’(장수의 지혜)도 들고 있다. 5000년 된 고대 의학인데 이미 WHO(세계보건기구)가 의학으로 인정했다. 오래된 지혜로서 저자는 물의 치유력도 언급하고 있다. ‘물 치료’로서 샤워하는 방법도 일러주고 있다. 냉수마찰과 무릎에 찬물 붓기를 권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 요법에는 세 가지 원리가 있다고 한다.

하나, 자극-반응 원리이다. 냉온 요법, 물 치료, 침술, 운동 치료, 치료 단식 등은 몸의 정체 상태를 깨워 체내 역동성을 자극시켜 인체 복구 메커니즘을 활성화한다는 거다. 둘, 양이 중요하다는 ‘호메르시스 원리’다. 모든 물질은 독과 약의 성질을 동시에 띠고 있는데 적절한 양이 독과 약을 가른다는 거다. 부정적 자극도 적절하면 원기를 깨우고, 좋은 것도 과하면 독이 된다는 원리다. 셋, ‘당신 속 의사’ 깨우기다. 간헐적 단식을 할 때 억지로, 떠밀려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스스로 느끼고, 그것의 의미를 꿰어야 심신 일치에 의해 그 맛이 깊어진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그 말이다.

자연 의학은 강단 의학의 파트너라고 한다. 저자는 관절증, 고혈압, 당뇨, 관상 동맥 질환과 동맥 경화, 우울증과 불안 증후군, 요통과 목 통증, 류머티즘, 위장 질환 등의 만성 질환을 치료·완화할 수 있는 게 자연 요법이라고 주장한다. 자연 치유력, 진화를 통해 축적된 우리 몸속의 자연(自然), 참 오묘하다. 안드레아스 미할젠 등 지음/박종대 옮김/열린책들/440면/2만 2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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