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 ‘진실’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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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 / 박유리

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참혹한 진실을 파헤친 장편소설이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암울한 독재 시절, 그러니까 1975~87년 12년간 부랑인을 선도한다며 총 3만 7000명 이상을 수용하면서 불법 감금, 강제 노역, 구타, 살인·암매장을 자행했던 사건이다. 공식적인 사망자 수가 513명에 달한다. 소설은 513명의 죽음이 아니라 ‘은희’의 죽음에 집중하고 있다.

‘도망치던 은희가 죽을 만큼 맞던 그날 밤, 사람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은희가 ‘형제의집’에서 도망친 이유는 ‘사람이 되려고’이다. 은희는 잡혀서 초주검이 되도록 맞았다. 그리고 의식이 희미해지고....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 복지원의 관행적 방식대로 은희의 죽음은 신부전증 사망으로 처리된다.

숱한 이들을 죽인, 소설 속 복지원 원장 ‘방인곤’(실제는 박인근)은 취재를 요청하는 TV 작가에게 ‘복지계의 영웅’ 행세를 하면서 마지못해 응하는 척 뻔뻔스럽게 말한다. “작가님 절대 저를 주인공을 쓰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오갈 곳 없는 이분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은희 죽음의 깊은 사연과, 폴란드에 입양된 은희 아이의 태생을 둘러싼 숨은 진실이 소설의 큰 장치다. 부산 출생의 젊은 기자(37)가 쓴 소설이다. 한편 형제복지원 운영 당시 전국에는 36곳의 부랑인 수용 시설이 있었다. 박유리 지음/한겨레출판/284쪽/1만 3800원. 최학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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