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트럼프가 미국을 분열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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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수많은 시민이 모여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이번 시위는 미국 전역에서 9일째 이어졌다. AP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군을 동원해서라도 시위를 진압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군 동원은 마지막 수단이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 것이다.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전해졌는데 항명이나 다름없는 국방장관의 행보에 미 언론에서는 경질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3일(현지시간) 브리핑을 자청해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 나는 (군 동원을 위한)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현 국방, 트럼프에 공개 반기
매티스 “통합 노력 않는 대통령,
트럼프 없이도 단결할 수 있어”
에스퍼 현 국방도 “군 동원 반대”

트럼프 “매티스는 미친 개” 비난
군 병력 시위 진압 투입 한발 빼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 (위)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로이터·EPA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 (위)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로이터·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전 주지사들이 주방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지 않으면 군을 동원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에서 이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브리핑을 한 것이다. 브리핑은 CNN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에스퍼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찰을 피하는 ‘충성파’ 라인으로 분류돼 온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발언이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 이벤트’에서 거리를 두는 발언도 했다. 교회 방문에 동행하게 될 것은 알았지만 사진촬영이 이뤄지는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백인 경찰의 무릎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해 “끔찍한 범죄”라면서 “인종주의는 미국에 실재하고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대응하고 뿌리 뽑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결이 다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에스퍼 장관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3일 성명을 내고 흑인 사망 사건으로 정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찬사를 보내면서,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미국민을 분열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을 통합하려 노력하지 않는, 심지어 그렇게 하는 척도 하지 않는 내 생애 유일한 대통령”이라며 “우리는 시민사회에 내재한 강점을 끌어내며 트럼프 대통령 없이도 단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에 폭동진압법을 발동해 연방군을 동원하겠다고 위협한 데 대해 “국내에서 군을 투입할 때는 매우 특별한 경우에, 주지사들의 요청이 있을 때만 이뤄져야 한다”면서 “워싱턴에서 보듯이 군사적으로 대응하면 군인과 민간인 사이에 충돌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을 겨냥해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그의 별명은 ‘혼돈’이었고, 나는 ‘미친 개(매드 독)’로 바꿔 불렀다”고 인신공격성 글을 게시한 뒤 “나는 그의 리더십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고 이에 다른 많은 사람이 동의했다. 그가 사퇴했을 때 기뻤다”고 언급해 전직 국방장관의 발언에 불쾌함을 나타냈다.

한편 시위대 강경진압을 고수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확산하는 ‘흑인 사망’ 시위 사태의 진압을 위해 군 병력을 투입하는 문제와 관련,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하며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성향 인터넷 매체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어느 도시에나 군을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것은 상황에 달려 있다.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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