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23. 캣 에드몬슨 ‘Dreamers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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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 에드몬슨(Kat Edmonson)은 1983년에 태어난 미국 출신 가수이자 작곡가입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빈티지 팝’이라 부르는데요. 2009년 데뷔 앨범 ‘테이크 투 더 스카이’가 빌보드 매거진 재즈 차트에 오르고 이후 발매된 앨범 ‘웨이 다운 로우’가 뉴욕 타임즈와 NPR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됩니다. NPR은 ‘National Public Radio’의 약자로 워싱턴에 기반을 둔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을 말합니다.

이 방송의 ‘Tiny Desk Concert’는 호스트 밥 보일렌의 책상에서 뮤지션들의 라이브가 열리는 프로그램입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들이 마치 일상의 사무실을 방문해 연주하는 듯한 이 라이브는 현재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브 쇼 중 하나일 텐데요. 저도 이 프로그램을 무척 즐겨보고 있는 팬입니다. 이처럼 NPR의 음악에 대한 관심과 비평은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는데요. 캣 에드몬슨 역시도 2012년 자신의 라이브 연주를 이 방송을 통해 알리게 되지요.

올해 그는 새 앨범 ‘Dreamers Do’를 발매합니다. 언뜻 보면 우리말로 몽상가를 의미하거나 미래에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으로서의 꿈에 관한 이야기처럼 들리는 타이틀인데요. 실제로 앨범을 찬찬히 듣고 있노라면 정말 우리가 수면 중에 겪게 되는 꿈에 관한 상상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웁니다. 우리의 이상이나 희망의 세계를 마치 한밤중 꿈을 꾸듯 여행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꿈(Dream)’이라는 단어가 가진 모든 뜻을 문자의 설명이 아닌, 음악을 통해 한꺼번에 체험하게 하는 듯하지요. 20개, 꽤 많은 수의 트랙이 담긴 이 앨범은 사실 곡의 숫자가 많은 것이 아니라 6개의 짧은 인터루드(interlude)들이 존재해서 그렇습니다. 이 인터루드들은 사실 몇 음악의 도입부 부분을 따로 트랙으로 설정하고 각 인터루드에 밤산책, 응접실, 아침 등의 제목을 붙인 것인데요. 음악 크레딧만 본다면 ‘왜 굳이 평범한 구성을 이렇게 복잡하게 보이도록 했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음악을 들으며 이 구성을 본다면 우리의 꿈이 다른 장면으로 시간이나 공간이 바뀌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보는 듯하다고 할까요.

캣 에드몬슨은 이 앨범을 통해 음악이 얼마나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앨범이 끝날 때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다른 시각적 상상으로 그린 행복한 꿈의 여정을 마치게 됩니다. 음악을 통해 자신이 가장 보고 싶은 꿈속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었을 테지요. 악기도 다양한 여러 지역의 악기들이 등장하는데요. 인도의 타악기 타블라, 중국의 줄 악기 얼후, 실로폰을 연상하게 하는 글로켄슈필이나 클라리넷 등이 등장해, 음악의 여정을 더 다채롭게 해 줍니다. 특히 저는 앨범 세 번째 트랙인 ‘In a World of My Own’을 무척 좋아합니다. 쿠바의 볼레로 리듬과 함께 펼쳐지는 이 트랙은 캣 에드몬슨이 말하는 ‘빈티지 팝’의 이색적 조화가 과연 무엇인지 잘 보여주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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