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에서 양수 터진 친구, 세탁비는 누가 내야 하나?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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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판' 게시물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판' 게시물 캡처

"만삭의 친구가 제 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양수가 터졌다면 누가 세탁비를 내야 할까요?"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 '판'에서는 '내 차에서 양수 터진 친구 세탁비'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은 작성 이틀 만에 50만 명 가까운 누리꾼이 읽으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대 중반의 여성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차를 1년 전 처음으로 샀고 차에 흠집이 날까 봐 손 세차로 청소할 정도로 애지중지한다"면서 두 달 전 자신에게 일어난 사연을 공개했다.

글쓴이는 "두 달 전 만삭의 친구와 카페로 움직이던 중 (그 친구가) 갑자기 양수가 터졌다. 출산이 2주 정도 남아있던 상황이라 친구와 저는 많이 당황했고, 곧바로 친구가 다니는 병원에 데려다주고 바로 세차장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보다 많은 양의 (양수가) 시트는 물론 발판까지 묻어 있었고, 결국 혼자 청소하기가 힘들어 내부 세차를 맡기게 됐다"고 덧붙였다.

글쓴이는 "출산 후 축하해 줄 마음에 친구네 집에 갔고, 마침 형부(친구의 남편)랑 친구가 막 웃으면서 제 차에서 양수 터진 말을 했다. 형부는 세차비를 주겠다면서 말을 먼저 했고, 나는 '괜찮다'고 하며 안 받으려고 했다"면서 "(이런 말이 오갈 때 옆에 있던) 친구가 '오빠 어차피 옆 좌석비만 주면 되지'라며 '양수가 더러운 것도 아니고 그냥 물 같은 건데 뭔 세차비까지 받으려고 하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때 글쓴이는 "알 수 없는 깊은 '빡침'('화난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 났고, 내가 달라는 말도 한 적 없고 친구 남편이 세탁비를 주겠다고 했는데 '자기(친구)가 뭔데 깨끗하니 뭐니 하면서 비웃기만 하는지"라며 불쾌했던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글쓴이는 "(친구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그냥 내부 세차비 12만 원이 나왔으니 달라고 했다. 그러자 친구가 '한 2만 원이면 내가 앉아있던 자리 충분하다. 오빠(남편) 그냥 2만 원 줘'라고 했다. 이어 (친구는) '고작 양수 조금 묻었다고 본전 뽑아먹으려고 하냐'라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며 "정말 자신이 이상하냐?"며 누리꾼들에게 하소연했다.

해당 글을 읽은 대다수 누리꾼은 "양수가 터졌으면 바로 입원했을 텐데 산모 태워다준 고마움이라도 세차비 이상 사례를 하는 게 정상이다. 이참에 연을 끊어라", "난 고마움보다 미안함이 엄청나게 클 듯. 내부 세차해도 스며들건 다 이미 스며든 후 세탁을 하는 건데. 세탁비 주고 석고 방향제 같은 거라도 사줬을 것 같다", "차 시트에 양수가 묻으면 어떤 상황이 되는지 몰랐다고 해도 보통은 미안하다고 먼저 아닌가. 손절(인간관계를 끊는다거나 행동 등 단절시키는 것) 하라" 등의 의견을 달며 글쓴이를 위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판' 게시물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판' 게시물 캡처

이후 글쓴이는 '양수 터진 친구 후기'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글을 해당 사이트에 올렸고, 당사자인 친구와 나눈 문자메시지 글을 캡처한 사진을 공개했다.

글쓴이는 자신이 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당사자인 친구에게 보냈고, 친구는 "남들한테 욕먹게 하니깐 좋나? 그깟 12만 원 줄 테니 아는 척하지 말자. 별것도 아닌 거로 왜 그러냐"라며 글쓴이가 쓴 글에 대해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에 글쓴이는 "(친구의 남편이) 전화로 '내가 그냥 돈 줄걸. 괜히 안 줘서 둘이 싸우게 됐다'며 위로했지만, 세탁비 12만 원 덕분에 사람을 잘 거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글에 대한 악플과 관련해 글쓴이는 10일 오전 '글쓴이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참 뭘 어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전 제가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글과 입장에 대해 강조했고, 누리꾼 또한 대체로 그를 응원하는 댓글을 이어나갔다.

한편, 산부인과 전문의에 따르면 양수는 주로 태아의 소변으로 이뤄졌다. 양수의 성분은 주수에 따라 달라지면 임신 초기에는 무색이지만 분만할 때쯤 되면 태아의 몸에서 나온 솜털, 태지, 소변 등이 섞여 회백색이나 노르스름한 색깔을 띤다.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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