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칠흑 같은 밤바다서 여성 구한 20대 청년의 ‘용기’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 14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 바다에서 구조된 여성이 병원으로 이송되기 위해 119 구급차에 실리는 모습. 독자 제공 지난 14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 바다에서 구조된 여성이 병원으로 이송되기 위해 119 구급차에 실리는 모습. 독자 제공

“수영은 전혀 못 하지만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을 보고,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였죠.”

부산으로 여행 온 한 대학생이 광안리 바다에 빠진 여성을 구해 화제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14일 오전 1시 48분 광안리 바닷가에 사람이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보니, 물에 빠진 20대 여성이 이미 바다에서 나와 해수욕장 해변에 앉아 있었다.


14일 오전 1시 48분 광안리

해변 산책 대구 계명대 박재욱 씨

“수영 못 하지만 본능적으로…”

목 잠기는 곳까지 걸어 들어가

허우적대는 여성 가까스로 구조


목격자 “망설임 없는 용기에 박수”


당시 경찰은 어리둥절했다. 물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았으나, 여성은 이미 해변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특히 여성 주변에는 구조자도 없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이 여성이 물에 빠진 후 스스로 나온 것으로 보고 여성의 건강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이 여성은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만일을 대비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지난 14일 물에 빠진 여성을 구하기 위해 부산 수영구 광안리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박재욱 씨. 독자 제공 지난 14일 물에 빠진 여성을 구하기 위해 부산 수영구 광안리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박재욱 씨. 독자 제공

그러나 물에 빠진 여성은 대구에 사는 계명대 4학년 박재욱(25) 씨에 의해 구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이 도착했을 때, 구조자 박 씨는 추위를 호소하는 이 여성에게 건넬 따뜻한 음료수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가 있었다.

박 씨는 지난 13일 저녁 늦게 친구 두 명과 함께 1박 2일로 부산에 놀러 왔다. 박 씨 일행은 부산 민락수변공원을 찾아 여름 바다의 운치를 즐기다 광안리 해변 인근으로 산책하고 있었다.

순간 박 씨의 눈에 들어온 건 한 여성이 우산을 쓴 채 바다 속으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엔 친구끼리 하는 ‘입수 벌칙’인 줄 알았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는 가운데 여성 혼자 점점 더 깊이 들어가자 상황이 심각함을 직감했다.

박 씨는 즉각 바다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수영은 전혀 못 했지만 ‘사람을 구하겠다’는 생각에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인 것이다. “저기요, 왜 그러세요”라는 박 씨의 외침에도 이 여성은 아랑곳없었다. 곧 이 여성은 정수리까지 물에 잠겨 ‘어푸어푸’하며 힘겨워했다. 다행히 발 빠른 대처로 박 씨의 목 부근 정도 잠긴 지점에서 여성을 구할 수 있었다.

박 씨는 “순간적으로 몸이 반응해 뛰쳐나간 것이다. 아마 누구라도 그런 장면을 목격했다면 나와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면서 “제가 도움을 드린 분이 저보다 나이가 어린 느낌을 받았는데, 무사히 건강을 회복해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재욱 씨와 함께 부산 광안리로 여행 온 친구들. 박재욱 씨 제공 박재욱 씨와 함께 부산 광안리로 여행 온 친구들. 박재욱 씨 제공

목격자 이창훈(55·부산진구) 씨는 “만약 남학생이 즉각적으로 대처하지 않았으면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살신성인의 행동에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여성은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바다로 들어가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남성의 용감한 행동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이 여성은 다행히 건강에 이상 없이 가족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