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독일 지리학자 훔볼트의 아메리카 탐험 어떻게 볼 것인가?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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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탐험한 학문적 성과? 제국주의 부추긴 신작로!

지난 16일 부산 중구 동광동 백년어서원에서 열린 ‘K-amigo 라틴 아메리카 대중 강좌’에서 우석균 서울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지난 16일 부산 중구 동광동 백년어서원에서 열린 ‘K-amigo 라틴 아메리카 대중 강좌’에서 우석균 서울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는 독일의 유명한 박물학자이자 지리학자입니다. 1799년부터 1804년까지 아메리카 탐험으로 학문적 입지를 구축했죠. 아메리카 탐험에 대해 30년간 저술 작업을 했고 인간의 접근을 잘 허용하지 않았던 아메리카 내륙과 오지 등 대자연의 비밀스러운 모습을 과학적으로 밝혀냈습니다. 19세기 전반기 나폴레옹 다음으로 유명했던 유럽인이었던 그는 ‘제2의 콜럼버스(신대륙 발견자)’로 불립니다.”


라틴 아메리카에 드리운 제국주의 시선

여행이란 키워드로 풀어낸 대중 강좌

백년어서원서 우석균 서울대 교수 강연

피식민자의 시각서 탐험 활동 재평가


지난 16일 부산 중구 동광동 백년어서원. 우석균 서울대 라틴 아메리카연구소 교수가 ‘훔볼트의 탐사 여행과 제국의 눈’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우 교수는 “프로이센 정부의 광산 담당 부서 관리로 일하던 훔볼트가 자산가인 어머니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아 5년간 남아메리카 과학 탐험에 나섰다”고 말했다. 열대림(아마존강과 오리노코강 유역), 눈 덮인 산봉우리(안데스와 멕시코), 내륙의 대평원(베네수엘라 야노) 등 신대륙 3대 경관에 대해 훔볼트가 남긴 이미지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다.

우 교수가 1497년 이탈리아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아메리카에 도착한 장면을 묘사한 판화를 보여 줬다. 이 판화는 1575년 플랑드르의 화가 얀 반 데르 스트래트가 그린 것이다.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문명을 상징하는 남성으로, 원주민은 야만을 상징하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우 교수는 “십자가와 항해 도구를 지닌 베스푸치를 통해 유럽인이 아메리카에 기독교와 과학을 전달하니까 아메리카를 지배해도 된다는 내용을 교묘하게 그렸다”고 했다. 16세기 유럽인의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제국주의적 시선이 깃든 그림이었다.

우 교수는 “훔볼트는 과학적 탐구심으로 탐험했지만, 그가 남긴 기록과 여정은 포스트 식민주의적 시각에서 매우 비판적으로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중 〈제국의 눈〉의 저자인 메리 루이즈 프랫은 훔볼트를 유럽 제국주의 팽창의 첨병이자 수혜자로 비판했다. 자연은 과학을 통해 구석구석 탐험·정복할 수 있고 길들일 수 있는 대상이란 인식이 유럽 일반인들에게도 공유됐다. 즉 훔볼트의 기록으로 세계주의 탄생, 소유 욕망의 부추김, 제국주의의 발호가 촉발됐다고 보는 시각이다.

우 교수는 “지리학을 전공한 이들은 훔볼트가 제국주의적 욕망이 없었는데 그의 순수한 탐험 열정을 자본주의적 욕망으로 각색한 것은 아닌지 비판한다”며 반론도 전했다.

우 교수는 라틴 아메리카 독립 즈음의 서구 시각을 소개했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국가가 없으면 역사도 없다’란 말을 통해 유럽인들이 역사가 없는 아메리카에 가서 역사를 일궈 줘야 한다는 것을 암시했다. 서구인이 라틴 아메리카와 조우할 때 작동하는 다양한 제국의 눈을 접하는 강연이었다.

이날 강연은 한·중남미협회(회장 신숭철)와 서울대 라틴 아메리카연구소가 지난 9일부터 30일까지 매주 목요일 백년어서원(오전 10~낮 12시, 051-465-1915)과 부산작가회의 사무실(오후 7~9시, 051-806-8562)에서 열고 있는 ‘K-amigo 라틴 아메리카 대중 강좌’인 ‘라틴 아메리카로 가는 길-제국의 눈과 피식민자의 눈’ 가운데 하나였다. 여행이란 키워드를 통해 진정한 라틴 아메리카 풍경을 더듬어 보는 것이 취지다. 지난 9일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라틴 아메리카 여행: 영화 ‘업 UP’(장재준 서울대 강사) 주제로 첫 강좌가 열렸으며 23일 ‘탱고의 여정, 탱고로 가는 여정’(조혜진 고려대 교양교육원 초빙교수) 오는 30일 ‘역사 기행: 푸에르토리코 군인들이 한국전 참전 용사라고?’(최사라 서울대 강사) 강좌가 열린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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