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필름으로 기록한 해운대 AID 아파트의 마지막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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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화 사진전 ‘기억 저편’

박정화 작품 ‘기억 저편’. 박정화 제공

이제는 사라진 해운대 AID아파트를 기억하는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가 박정화의 세 번째 사진전 ‘기억 저편’ 전시장에 가면 오랫동안 달맞이 언덕 위를 지켰던 해운대 AID아파트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길에 있는 레이어드에서 열린다.

AID아파트는 1975년 미국 대외 원조 기관인 국제개발처(AID)로부터 차관을 받아 지어진 아파트였다. 45개 동에 2060가구가 거주했던 이 아파트는 2012년 여름 완전히 철거돼 초고층 아파트 단지로 변신했다. 박 사진가는 2008년 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1년 3개월 동안 흑백 필름으로 AID아파트의 마지막 시간을 기록했다.

“1960년생인데 또래 친구 대부분이 이 아파트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인근에서 줄곧 살아온 박 사진가에게도 AID아파트는 특별한 장소였다. “자주 지나다니던 곳이 비워지고,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을 느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쉬는 주말에 올라가 해가 질 때까지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집을 표시한 우체통, 폐허 같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할머니의 뒷모습, 금 가고 깨진 보도블록 틈에서 자라는 식물 등 박 사진가가 찍은 AID아파트 사진들은 CD 열 장이 넘는 분량이다. 이 중에서 아파트 철거 직전의 잔영을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사진들을 뽑아 전시장에 걸었다.

“도시 개발이나 경제 논리로 이제는 소멸한 공간이지만, 기억 저편에 있는 공간을 소환해 부산의 한때 풍경을 복원하고 싶었다.”

한편 이번 전시는 ‘각양각색’이라는 이름으로 레이어드에서 열리는 작가 12명의 개인전 중 하나다. ▶31일까지 레이어드. 051-747-6569.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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