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문제 아니라는데… 찜찜한 시민들 필터 구매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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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에서 유충 발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욕실 샤워기나 싱크대 수전에 쓰는 필터 등 수도용품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26일 한 대형마트 샤워 필터 판매대. 연합뉴스

부산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100건을 넘어섰다. 부산시는 정수장이 아닌 가정 내에서 발견된 것이라 ‘이상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한다.

부산에서 3살 아이를 키우는 정 모(34·여·부산진구 가야동) 씨는 최근 샤워기와 세면대·싱크대 수전을 모두 필터형으로 바꿨다. 평소에 수돗물을 끓여 요리하던 습관도 바꿨다. 과일과 채소를 씻을 때로 정수된 물을 받아서 씻는다. 정 씨는 “부산에서 나온 유충들은 정수장에서 나온 건 아니라고 하지만, 꺼림칙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순 없다. 필터형으로 교체를 한 뒤에도 샤워를 할 때마다 필터를 살펴보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25일 현재 유충 신고 모두 103건
부산시 “정수장·배수지 발견 안 돼”
시민 불안, 생수·수도용품 불티
상수도본부에 비상 상황실 운영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5일 기준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103건 접수됐다고 26일 밝혔다. 이 중 벌레 유충으로 확인된 건은 46건이며, 15건은 조사 중이다. 42건의 경우 유충이 확보되지 않아 확인이 되지 않았다. 발견 장소별로는 싱크대나 세면대와 같이 받아놓은 수돗물에서 70건이 발견됐으며, 화장실에서 22건, 필터에서 8건, 기타 장소에서 3건이 발견됐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부산에서 발견된 유충은 정수생산·공급과정이 아닌 아파트 저수조, 가정 물탱크, 가정내 하수구·배수구 등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지역 정수장 4개소와 배수지 73개소를 전수조사한 결과, 유충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는 예방 차원에서 다른 시·도에서 유충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 입상활성탄 여과지를 역세척 주기를 5일에서 3일로 단축하고, 정수처리 후 오존 투입을 강화하는 등 정수장 처리 대책을 마련했다. 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환경부와 함께 점검을 실시했지만, 부산의 경우 아직 정수나 공급 과정에서 유충이 나온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수돗물 공급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들은 불안한 심정에 샤워기·수도꼭지 필터와 생수 구매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지역 이마트의 경우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필터샤워 헤드, 리필 필터, 필터 주방용헤드 등 필터형 수도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6% 뛰었다. 부산지역 롯데마트에서는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샤워헤드, 정수필터, 주방용헤드 판매가 지난해 동기간 대비 각각 65%, 95%, 1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돗물 이물질을 걸러주는 필터형 수도용품은 위생에 민감한 사람들이나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을 중심으로 최근 2~3년 전부터 수요가 있었지만, 최근 인천을 비롯해 전국에서 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가 잇따르면서 구매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생수 판매도 같은 기간 55% 증가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수돗물 유충 관련 이슈가 제기된 뒤부터 부산지역에서도 정수필터 제품을 찾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지난 22일부터 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비상상황실을 운영 중이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운영할 방침이다. 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아파트 저수조에 방충망이 뜯겨 있거나, 옥상 물탱크 뚜껑 등이 파손돼 벌레가 유입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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