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못 한 부동자금, 부동산·주식 ‘편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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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금리’ 등의 영향으로 3000조 원 넘는 돈(유동성)이 시중에 풀리면서, 부동산과 주식 주변으로 흘러드는 자금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고 있다. 넘쳐 나는 유동성이 의도했던 투자와 소비보다는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려 가격을 밀어 올리자,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완화적’ 통화정책을 갑자기 거둬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현재 시중 통화량 자체가 역사상 가장 많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053조 9000억 원으로, 4월(3018조 6000억 원) 사상 처음 3000조 원을 넘어선 뒤에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5월 광의통화량 3053조 9000억
사상 첫 3000조 초과 뒤 ‘가속’
1분기 주담보대출 잔액 사상 최고
증시 예탁금 46조 역시 신기록

통화량 증가 속도도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이다. 5월에만 M2는 4월보다 35조 4000억 원(1.2%) 늘었는데, 이 월별 증가액은 198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규모다.

이처럼 풍부한 유동성 중 상당 부분은 부동산과 관련이 있다. 대표적 사례가 부동산 관련 자금인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다.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가계대출(모든 금융기관) 잔액은 1521조 6969억 원으로 한국 경제 역사상 가장 많았다.

같은 시점의 주택담보대출 잔액(858조 1196억 원) 역시 최대 기록이다. 특히 올해 들어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는 ‘역대급’으로 더 빨라졌다. 한은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은행권만 따져도 올해 들어 상반기에만 가계 대출이 40조 6000억 원 불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역시 올해 1~6월 32조 2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가계 대출의 79%가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얘기다.

증시 주변에도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 한은 ‘증시주변자금 동향’ 통계를 보면, 우선 6월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6조 1819억 원으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같은 시점의 신용융자 잔고도 12조 6604억 원으로 기록을 갈아 치웠다. 그만큼 주식 투자를 위한 빚이 늘어났다는 뜻으로, 이달 10일에는 마침내 신용융자 잔고가 13조 원도 넘어섰다.

이 밖에 주식투자 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 판매액도 5월 78조 5266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파생상품거래 예수금 역시 4월 11조 9835억 원으로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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