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 지하차도 비극, 방치·무능·늑장 ‘3박자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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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부산에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데다 만조 시간까지 겹쳐 도심이 물바다로 변한 가운데 갑자기 불어난 물로 침수된 지하차도에 갇혔던 3명이 숨졌다. 사망자가 3명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벌이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난 23일 시간당 최대 80mm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초량 제1 지하차도에서 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등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발생했다. 해당 지자체인 부산 동구는 호우경보 발효 1시간 40분이 지나도록 차량을 통제하지 않는 등 이번 참사는 ‘천재’라기보다는 관련 기관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인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자체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23일 기습 폭우 사상자 9명 발생
10분 만에 순식간에 물 차올라
동구청 “통제 미처 생각 못 해”
경찰, 지자체에 과실치사 조사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3일 내린 폭우에 부산 중앙대로와 충장대로를 연결하는 길이 175m, 왕복 2차로의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 진입한 차량에 타고 있던 50·60대 남성 2명과 20대 여성이 물에 빠져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이 지하차도가 진·출입 구간에 비해 중간 부분이 움푹 꺼져 물이 가운데로 모이는 구조”라며 “지하차도 길이가 긴 데다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차량 총 6대가 동시에 침수되면서 희생자가 제때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참사는 지자체와 경찰 등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빚어진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호우경보가 처음 내려진 것은 오후 8시였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르면 침수위험 2등급인 초량 제1 지하차도는 호우경보가 내려지면 바로 차량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경찰이 출동해 자체적으로 차량을 통제한 이날 오후 9시 41분까지 동구는 차량을 통제하는 인원을 배치하거나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았다.

또 경찰은 이날 신고를 받고 오후 9시 40분에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차량이 물에 잠기기 시작해 지하차도로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자체적으로 차량을 통제했다. 하지만 인근에 초량 119 안전센터가 있었는데도 구조 요청을 하거나 119에 신고를 하지 않는 등 초등 대응에 미숙함을 드러냈다. 구조를 위해 소방이 도착한 것은 이날 10시 24분으로 경찰은 30여 분의 구조 골든 타임을 허무하게 낭비했다.

안병길(서동·미래통합당) 의원은 “동구는 상습 침수 지역인 지하차도 상황을 살펴 차량 통제를 실시했어야 하고, 경찰은 지속적인 순찰을 통해 도로 상황을 점검하고 통제했어야 한다”면서 “경찰이 수사를 통해 지자체에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부산시, 동구, 소방본부 등과 함께 합동조사본부를 꾸려 진상을 규명하고 각 기관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 이런 참사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지역 전 지역에서 민원 전화가 많이 오고 당시 동천도 범람하고 있어 미처 지하차도 통제까지 생각을 못 했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지자체의 요청이 없어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고, 경찰이 구조 업무까지 담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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