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급류 휩쓸린 형제 차량, 동생은 탈출했지만 형은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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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에 마비된 부산

2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시장 일대에서 시장상인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23일 밤 폭우가 내리면서 인명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울산에선 50대 남성이 하천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에선 아파트 지하 방화문셔터 오작동으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고, 지하차도 사망사고 수습 과정에선 부산시와 동구청의 무성의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부산 아파트 주차장 방화문 고장
입주민들 차 버리고 아찔한 탈출
유족들 “부산시 사고수습 무성의
안하무인격 조문 한 번이 전부”


■앞차 탄 동생은 살았지만…

“예전에 물난리가 났던 곳인데도 가드레일 하나 없더라. 그렇게 돌아가실 분이 아닌데….”

울산에서 폭우로 형(59)을 잃은 A 씨는 26일 <부산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흘 전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리다 감정에 복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23일 오후 10시 46분 A 씨 형제는 각각 차를 몰고 울주군 서생면 명산리 위양천 하류 연산교 부근을 지나다가 그만 물난리에 사고를 당했다. 빗발이 거세지면서 하천에서 불어난 물이 캄캄한 도로를 지나던 형제의 차량을 순식간에 덮친 것. 앞서가던 A 씨는 급류에 휩쓸렸지만 가까스로 차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형은 차에 탄 채 그대로 떠내려갔다.

결국 형은 실종 약 9시간 만에 사고 지점에서 약 250m 떨어진 곳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A 씨는 “가드레일만 있었어도 형을 그렇게 떠나보내진 않았을 것 같다. 사고 현장 아래에서 각종 공사로 물길이 막혔다는 주민 얘기도 들었다”며 “정확한 사고 조사와 후속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화문셔터 오작동 입주민 고립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23일 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지하 방화문셔터 오작동으로 물이 차오르는 주차장에 입주민이 고립될 뻔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 해운대구 A아파트 입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9시 30분께 지하 2층 주차장 방화문셔터가 갑자기 닫혔다. 집중호우로 지하주차장에는 약 70~80cm 높이의 빗물이 차오르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하주차장에 있던 입주민은 주차장 출구가 막혀 차량을 버려두고 비상탈출로로 급하게 대피했다. 이 사고로 입주민 차량 29대와 오토바이 2대가 물에 잠겼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아파트 측 조사 결과 빗물과 수증기로 인해 지하주차장 입구 위에 설치된 방화문셔터 센서가 오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방화문셔터가 갑자기 내려앉은 것이다.

피해 입주민은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는 동안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제대로 된 방송도 내보내지 않고 현재도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말했다. A아파트 관리소장은 “센서 오작동으로 예상치 못한 방화문셔터 폐쇄 사고가 발생했다”며 “입주민 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유족들 “부산시 사고수습 수수방관”

부산시와 동구청이 지하차도 사망사고 수습 과정에서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다 유족의 반발을 자초했다. A 씨 유족에 따르면 사고가 터진 뒤 만 하루 뒤인 24일 김선조 부산시 기획조정실장이 조문을 왔다. 유족이 ‘형식적인 조문이라면 받지 않겠다’고 하니, 김 실장이 ‘필요 없으면 가겠다. 시장대행은 아니지만 나도 시청에서는 넘버3이다’며 역정을 냈다. 유족들은 “자치단체의 안일한 대처로 가족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시 간부의 안하무인격 태도에 치가 떨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시장대행이 사고 현장 방문 등으로 바빠 2급 간부 3명이 조문을 갔고, 시청 차원에서는 예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선조 실장은 “유족 측이 ‘시간 남는 직원 중에 아무나 문상 오는 거냐’고 항의하기에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서열 이야기를 꺼낸 것뿐이다. 유족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이유를 막론하고 사과를 드린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상가마다 공무원을 상주시켜 장례를 도왔다고 설명했지만, 유족들은 어떤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B 씨의 유족은 “동구청 공무원이라며 멀뚱하니 서 있다가 명함 한 장 남기고 사라지더라. 그 후로 부산시에서도, 동구청에서도 도움은커녕 전화 한 통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26일 출상을 마친 이들 유족은 부산시와 동구청을 상대로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권상국·권승혁·곽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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