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줄의 대사… 故 전승환은 어떻게 연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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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소극장 연극의 힘을 보여 주는 제3회 작강연극제가 종반전을 향해 가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두 작품은 지역 연극을 지켜 온 쟁쟁한 선배 연극인들이 준비했다. 지난 6일 작고한 고 전승환 공연예술 전위 대표가 마지막으로 연출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선배 연극인이 꾸민 작강연극제
정경환의 표현주의 ‘나의 정원’
전승환의 유작이 된 ‘고모령…’


■극단 자유바다 ‘나의 정원’




정경환 연출작 ‘나의 정원’ 중 한 장면(위)과 연극 ‘고모령에 달 지고’ 정기 공연 포스터.  극단 자유바다·공연예술 전위 제공

1980년 광주에서 학살을 방조한 죄의식을 가진 남자와 사연 있는 여자가 가정을 꾸렸다. 남자는 가정을 자신이 만든 정원으로 생각하며 소중히 가꾼다. 아름답고 소중한 정원을 세상의 위험에서 지키려는 아버지는 점점 독재자처럼 광기를 드러낸다.

극단 자유바다의 ‘나의 정원’은 정경환 연출가가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5·18 민주화 운동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했던 작품이다. 5·18 40주년인데 부산에는 특별히 관련된 작품이 없어 이번 작강연극제에서 하기로 했다.” 정 연출가는 중견 배우들과 함께 만든 이번 작품을 통해 국가가 저지른 폭력이 가정에도 폭력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파괴하는 표현주의 연극이다. 정 연출가는 연출의 글에서 ‘과거는 잊히지 않고 현재를 가만두지 않았으며 미래마저 파괴한다’고 밝혔다. “연극의 단점인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관객의 상상력에 맡겨 연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13~15일 하늘바람소극장.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5시.



■공연예술 전위 ‘고모령에 달 지고’

고인이 된 연출가 전승환 선생의 유작인 ‘고모령에 달 지고’는 실존하는 경남 마산의 선술집 고모령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상용 작가가 쓴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모령의 주모인 문 여사에게는 자폐증을 가진 딸 희야가 있다. 자신을 닫고 사는 딸에게 엄마는 죄책감을 느낀다. 술집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화가 땡초는 다른 사람의 음악을 틀어 놓고 흉내만 내는 가짜 연주자다. 극단 관계자는 “본모습을 감추려고 오버하던 문 여사와 땡초가 어떤 계기로 속내를 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지를 집중적으로 보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 전승환 연출가는 말을 하지 않는 딸 희야의 감정 표현을 위해 한국 무용과 국악 구음 전문가를 합류시켰다. 희야의 대사는 딱 한 줄이다. 공연 마지막에 “엄마”를 부르는 외침은 새로운 소통의 실마리가 된다.

고 전승환 연출가는 연출의 글을 통해 말한다. ‘이들이 겪어 온 과거의 아픈 사연과 위선은 지금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14~16일 나다소극장.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5시.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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