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다큐 영화 센 부산, OTT·해외 배급 길 뚫어 외연 넓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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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10일 열린 부산 다큐 활성화 방안 세미나, 영화 ‘해협’과 ‘언더그라운드’ 스틸컷. 영화·트랜스미디어연구소 제공·부산일보DB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 부산 독립다큐영화를 활성화하려면 해외 배급과 해외 펀딩 지원, 전문 제작 PD 수급이 필요합니다.”

척박한 부산 영화 제작 환경이지만, 최근 들어 눈부신 성과를 보이는 분야가 있다. 바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다. 독립 영화도 장편 극영화 중심으로 제작되는 현실 속에서 부산 다큐멘터리의 성취는 놀랍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부산 다큐멘터리를 더욱더 활성화하기 위해 부산에서 활동하는 감독과 학자가 만나 머리를 맞댔다.

‘부산다큐멘터리 활성화 방안’
동의대 연구소 주최 세미나
다큐 양과 질에서 눈부신 성취
성과 비해서 배급·펀딩은 애로
외국어 하는 제작PD도 필요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선 동의대 영화·트랜스미디어연구소 주최로 ‘부산다큐멘터리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영화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1부 사회를 맡은 박배일 감독은 “부산 다큐 감독들이 지금까지 독립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같은 부산에서 작품을 해도 작업 방식 등을 서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세미나는 현장에서 느꼈던 것을 공유하고 어떤 정책이 필요하며 현재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부산 국도극장 폐관을 다룬 ‘라스트 씬’(2018) 등을 연출했다.

‘부산 다큐멘터리의 지형과 성과’를 발제한 동의대 영화학과 김이석 교수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조성봉 감독의 ‘레드 헌트: 빨갱이 사냥’(1997)을 시작으로 2010년대 들어 부산 다큐가 활성화하기 시작했다”면서 “부산독립영화협회에서 10년에 한 번씩 부산독립영화 100선을 꼽는데, 2008년 다큐가 5편이었다면 2018년에는 30편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품의 수준이 높아진 것과 비교해 1인 제작자, 창작 집단 중심으로 다큐가 제작되다 보니 작품 수준에 비해 성과가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좋은 다큐 영화를 만들어도 극장에 배급하고 개봉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거다.

동의대 영화학과 차민철 교수(부산국제단편영화제 이사장)는 최근 다큐멘터리의 경향과 확장 가능성에 대해 발제했다. 차 교수는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 ‘타이거 킹’의 경우 흥행 수익만 3700억 원으로 선정적이긴 하지만, 대중성을 확보했다”며 “넷플릭스를 필두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다큐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뉴욕 라이브러리에서’(2017) 같은 작가주의 다큐 작품까지 흡수하는 등 세계적으로 OTT 다큐가 급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OTT 플랫폼의 다큐 제작이 없고, 드라마와 예능에 집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오민욱 대표는 “2013년에 부산영상위원회에서 처음으로 다큐 영화에 대한 제작 지원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지원받은 ‘악사들’(2014·김지곤 감독) ‘그림자의 섬’(2016·김정근 감독) 같은 작품이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극장 개봉까지 이어졌다”며 “제작 지원도 좋지만, 기획 개발·사전 제작 단계의 지원이 별로 없고 있더라도 경쟁 PT를 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자유 토론 시간에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감독과 제작자들의 격의 없는 토론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2015) ‘펀치 볼’(2018) 등을 연출한 김영조 감독은 “부산에는 제작 PD가 부족해 제작은 물론 그 이후 배급·펀딩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보통 다큐 제작 기간이 2년 정도로 길다 보니 사운드 PD 같은 스태프와 오래 작업하기가 쉽지 않고, 감독이 사운드를 직접 배우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해외 다큐 작품에 비해 한국 다큐는 해외 펀딩을 받는 경우도 거의 없어 외국어가 가능한 제작 PD 수급은 물론 해외 다큐 배급사와 접촉해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외에도 △배급과 개봉 지원 △OTT 투자 유치를 위한 에이전시 설립 △부산 다큐 협동조합이나 협회 설립 △기획·개발 지원 확대 △저작권 법률 상담 지원 등 부산 다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안이 나왔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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