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명의 정견만리(正見萬理)]코로나의 시대, 제대로 적응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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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어떤 이는 꿈을 꾸는 듯하다고 했다. 마치 장자가 문득 깨서는 “내가 나비 꿈을 꾼 건지, 나비가 내 꿈을 꾸는지 모르겠다”고 한 것처럼.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으나, 기어코 꿈이 아니다. 워낙 급작스럽게 다가와서 비현실의 꿈처럼 몽롱했으나 전에 없는 거대한 충격으로 현실임을 깨닫게 한다. 지금 온 세상을 휘젓고 있는 코로나19 이야기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이제 사람들은 영원히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마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류 역사는 BC(Before COVID-19·코로나 이전)와 AC(After COVID-19·코로나19 이후)로 나뉜다’는 말처럼, 우리 삶은 이제 코로나19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렇게 달라진 시대에 우리는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 것일까.

과거의 모습과 확연히 달라진 세상
이미 자연스레 생활 속에 스며들어

경제 등 많은 부문에서 피해 컸으나
4차 산업 등에선 오히려 수요 늘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노력 필요
넋 놓고 있으면 암울한 미래만 남아


확연히 달라진 세상의 표징이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들이다. 뉴노멀(New Normal). 코로나19 이후 바뀐 세상의 여러 기준을 말한다. 언택트(untact). 접촉의 반대말이라기보다는 만나지 않고 하는 접촉, 비대면 접촉을 뜻한다. 홈루덴스(Home Ludens). 호모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에서 파생된 말로, 밖에서 활동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 즐기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랜선라이프. 공연이나 스포츠, 여행 등을 직접 하지 못하니 랜선으로 연결된 인터넷을 통해 대리 만족하는 삶을 일컫는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유입된 지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우리의 일상은 많이도 변했다.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은 의무가 됐고, 웬만한 생활필수품은 택배로 구매한다. 정규 4년제 일반 대학도 ‘사이버 대학’으로 불릴 만큼 온라인 수업이 대세를 이루었고, 상당수의 기업에선 재택근무는 물론 신입 사원 채용도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당연히 만나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만나지 않고 처리하는 게 당연시된다.

이런 현상들이 처음에는 혼란 그 자체였으나 이제는 자연스럽게 생활 속으로 스며들었다. 우리 경제의 많은 부문에서 코로나19는 큰 피해를 입혔으나, 때로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는 부문도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고 문화 활동은 유튜브와 OTT 서비스들이 대체하면서 이른바 4차 산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정부도 코로나19 위기를 새로운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역이용하려 한다. 지난달 초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정책 과제’가 그것이다. ‘위기에 강한 선도형 경제 도약’ 등 4대 목표 아래 40건의 과제를 선정했는데, 대표적인 게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등이다. 이에 관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한 말이 있다. “코로나19는 세계사적인 변곡점이 될 것이며, 변화에 대응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꿔 새로운 경제·사회의 질서를 주도하는 국가로의 전환은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코로나19 시대에는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마스크 쓰고, 모임을 자제하는 등 소소한 일상의 변화야 당연한 것이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마침 최근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박영숙·제롬 글렌 지음)가 나왔다. 전 세계 미래학자 등 전문가들의 최신 연구 성과를 담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예측한 종합 전망서인데, 그 부제가 의미심장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앞당겨진 미래, 당신의 생존전략을 재점검하라’이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멈춰 섰는데,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그로 인해 미래는 더 앞당겨졌다. 인공지능, 스마트 기술, 첨단 의료시설 등 4차 산업의 필요성이 코로나19로 인해 전에 없이 강조되고 그에 따라 실현 시기도 크게 빨라진 것이다. 코로나19는 기술에 따른 사회적 변화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래서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는 묻는다. “자! 일자리나 경제, 사회에 대한 모든 것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모르는데,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살아남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나?”

요컨대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질 세상에 적응하려면 미리 준비하라는 것이다.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삶의 방식도 과감히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마냥 넋 놓고 있는 사람에겐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더없이 암울할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코로나19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이즈음에 가슴에 꼭 새겨야 할 경고가 아닐 수 없다.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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