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예의 바른 딸들~’ 여중 교가 2절 통째 삭제…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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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가 속 성차별 가사 솎아내기

울산의 한 여자중학교는 지난달 말 학교운영위원회를 열고 교가 2절을 통째 삭제했다. 교가 2절에 나오는 ‘착하고 예의바른 딸들이 모여 새생각 실천하는 주인이 되어~’라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당시 학교 측은 “이 표현이 성차별적 가사로 교육청 예시 자료에 나왔기 때문”이라고 학운위에 설명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지난해 말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성차별적 요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면서 ‘착하고 예의 바른 딸들이 모여’ ‘치맛자락 사뿐 잡고’ ‘순결, 검소 예절 바른 한국 여성 본이라네’ 등의 표현이 여성성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부모는 학교 측 조치에 불만을 표했다. 한 학부모는 “‘착하고 예의 바른’은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이고, ‘딸들’이란 표현 또한 여중이니 사용할 수도 있지 않으냐”며 “‘딸들’이란 표현이 문제라면 고치면 될 일이지, 굳이 2절 전체를 삭제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울산교육청, 250곳 초중고에 지시
기둥·소년·아가씨·고운 자태…
학교 자체 심의, 수정·삭제 나서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문제의 구절이 포함된)교가를 수정할지, 그대로 둘지, 아니면 2절 전체를 삭제할지 설문을 했다”며 “학생 80%가 ‘2절 전부 삭제하자’고 답해 학생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즘 들어 코로나19로 학생들이 전부 모여 교가를 부를 일이 거의 없는 데다, 평소에도 1절만 부르는 경우가 많아 이런 답변이 많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울산지역 일선 학교에서 교가로 불러온 성차별적 표현을 놓고 솎아내기 작업이 한창이다. 일부 학교에선 성차별적 표현이 확연한 경우 “사회 분위기에 맞게 고치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애매한 표현도 더러 있어 “교가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고려해 과민 반응해선 안 된다”는 반론이 맞선다.

울산시교육청은 최근 교가나 교훈의 성차별적 요소 등을 점검한 결과 학교 250곳 중 초등학교 2곳, 중학교 4곳, 고교 2곳에서 성차별적 표현을 찾아내 수정하거나 학교별로 자체 심의에 들어갔다고 11일 밝혔다. 초등학교 2곳은 교가에 나오는 ‘기둥이 되자’ ‘건아들’ 등을 성차별적 표현으로 판단해 시교육청에 보고했다. 또 중학교 한 곳은 ‘소년 우리들’이란 표현을 남성 중심적 가사로 보고 자체 검토에 들어갔고, 다른 중학교는 ‘아가씨’라는 표현이 남녀공학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수정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남녀공학인 고교 2곳에서도 ‘건아들’ 참나리 고운 자태’ 같은 단어를 성차별적 요소로 판단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마다 교가, 교훈 등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검토하라며 다른 시·도의 교가 수정사례를 첨부해 참고하도록 했다”며 “학교마다 자체적으로 결정하라고 했고, 교가를 꼭 바꿔야 한다는 강제 사항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연말까지 교가나 교훈의 성차별적 표현 등을 점검해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삭제하거나 고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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