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시설 성인반 집단감염, 온천교회 이후 최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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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보건소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 사하구 부경보건고 병설 중학교에서 방역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만학도를 위한 학력인정 학교에서 무더기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하루 새 10명이나 집단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선박발 감염의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취약집단의 ‘깜깜이’ 감염이 가족을 통해 고등학교에까지 번지면서 부산의 방역이 온천교회 사태 이래 최대 고비를 맞았다.

서울 방문 174번 확진자 학교
50~70대 학생 5명, 가족 4명 감염
고령층 ‘깜깜이 N차감염’ 확산 비상
교직원 65명 등 1000명 전수검사
영진607호 선원 4명도 확진

11일 부산시에 따르면 영진607호 선원 4명, 174번 환자가 재학 중인 부경보건고 성인반 학생 5명, 성인반 학생 확진자의 가족 접촉자 4명, 그리고 에티오피아발 해외유입 1명 등 14명이 전날 대비 추가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하루 보고 확진자가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온천교회 집단감염이 발생한 2월 25일 이래 168일 만이다.

신규 확진자 가운데 5명은 174번 환자인 A 씨와 함께 부산 사하구의 만학도를 위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부경보건고 병설 부경중학교 야간반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A 씨를 포함한 확진자 6명은 50~70대 여성이고, 거주지는 사하구 4명, 해운대구·중구 각각 1명이다.

총 재학생 173명인 성인 야간반은 학교 별관에서 등교와 원격으로 분반해 수업을 했다. A 씨는 지난달 31일 마지막으로 학교 수업에 참여했고, 이달 1~4일 서울을 다녀온 뒤 8일 확진됐다. 서울 체류 중인 이달 3일 증상이 시작됐다.

부산시는 증상 발현 이틀 전부터 감염력이 있다고 봐서 당초 성인반 학생들을 접촉자 범위에 넣지 않았다. 그러나 감염원 추적을 위해 같은 학급 학생 33명과 교사 5명을 검사한 결과 무더기 확진이 나오자 주·야간반 학생 874명과 교직원 65명 등 1000여 명에 대한 전수검사를 시작했다.

성인반 확진자의 가족 접촉자 조사 과정에서 B 씨의 가족 3명, C 씨의 가족 1명도 확진됐다. 각각 사하구와 해운대구 거주자다. B 씨 가족 확진자에는 경성전자고 재학생 1명과 어린이집 원장이 포함됐다.

부산시는 해당 어린이집 원생 64명과 교사 11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부산시교육청은 확진자가 나온 경성전자고를 이날부터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고, 방역당국에 학생과 교직원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부경보건고 성인반도 오는 17일 방학 전까지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확진자 가족이 다니는 초등학교 2곳(사하구·해운대구)과 중학교 1곳(해운대구)도 방역을 실시했다. 초등학교는 이달 1일, 중학교는 7일 방학에 들어간 상태다.

성인반 학생 중 최초 감염 환자와 감염원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지병이 있는 장노년층이다 보니 확진자들의 증상 발현일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일단은 교내 감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러시아 선박 페트르원호와의 연관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확진자 중 한 명의 배우자가 러시아 선박 페트르원호 수리에 참여했지만, 당시와 이번 두 차례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부산시는 두 사례의 바이러스 유전자형도 비교분석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치명도가 높은 50대 이상 성인반 학교에서 ‘깜깜이’ 집단감염이 발생해 어린이집, 고등학교 등 지역사회로 전파하고 있는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더욱이 휴가철과 맞물려 관광지나 고위험시설을 통해 감염이 확산된다면 대유행 위험도 있다.

부산시는 이날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주재로 감염병 전문가, 의료계, 교육청 등과 함께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변 권한대행은 “휴가철 감염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시민과 영업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면서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한편 부산시는 이날 인도네시아 선원 4명이 추가로 확진된 영진607호와 관련해 경남 164번 환자가 해외에서 입국해 부산에서 자가격리를 했던 지난달 23~24일께 영진607호 선장인 부산 170번 환자와 격리 장소에서 접촉한 정황이 GPS 추적 결과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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