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녀상 조례, 법령에 위반” 국토부, 시의회 상대 소송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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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 회원들이 11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국토교통부가 소녀상을 합법화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킨 부산시의회를 상대로 관련 법령을 어겼다며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표면상으로는 해당 개정안이 도로법에 어긋난 것을 문제 삼았지만,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정부가 한·일관계를 의식해 일본을 상대로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점용료 면제, 도로법에 어긋나
대법원 법리적 해석 필요” 공문
“한·일 관계 의식한 무리한 행보”
시민단체·시의회 거센 반발

11일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15일 공표된 '부산광역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개정안)'이 도로법에 어긋나 대법원의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지난 16일 시의회에 보냈다. 국토부는 공문에서 시의회가 해당 개정안을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미 개정안이 공표된 뒤라 법적으로 재검토(재의)가 불가능한 사안이다. 이에 시의회는 이 공문의 의도가 사실상 시의회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것이라는 예고장이라고 전했다.

해당 개정안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념조형물의 점용료를 감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올 6월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시민단체는 지난달 정식으로 동구의 점용 허가 승인을 받고 소녀상 합법화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토부는 도로법에 따르면 점용료를 산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만 조례로 정할 수 있고 면제에 대한 내용은 조례로 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수일 내 시의회를 상대로 정식으로 소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의회와 시민단체 안팎에서는 국토부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를 의식해 국민 감정에 반하는 소 제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시의회는 개정안 통과 당시 국토부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외교부 등 여러 정부 기관에서 다양한 의견의 공문을 받기도 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김민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을 폐기할 생각은 없다. 중앙정부가 도로법을 걸고넘어지고 있지만, 외교관계를 의식한 행보 같다. 도로법만 문제 삼는데 왜 정부의 여러 기관에서 연락이 왔겠느냐"며 "이는 국민들이 분노할 지점이며 법적 검토에 대해서는 시의회에서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개정안에 대한 법적다툼이 대법원으로 넘어가더라도 해당 개정안이 점용료에 대한 부분만 문제를 삼고 있어 소녀상 위치 이전을 강제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녀상에 점용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올 경우, 점용료 지불 주체에 대한 혼선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는 이번 국토부의 개정안 재검토와 일영사관의 소녀상 철거 요구에 반발하며 11일 오후 1시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 영사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은 소녀상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에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법에 따라 조례 공표일(지난달 15일) 뒤에 국토부가 개정안에 대해 부산시에 제소를 지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직접 소를 제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혜랑 기자 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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