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에브리싱 체인지] 이제는 인재 균형발전이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코로나19와 기후변화로 인해 정신없던 상황에서도 최근 필자의 관심은 끈 것은 미·중 간의 인재전쟁이었다.

미국은 중국인 유학생들의 스파이 활동을 단속한다는 명분으로 ‘안전한 캠퍼스 법’을 제정하여 사실상 중국인의 유학 입학을 막았다. 또한 중국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학자를 법정에 기소하거나 체포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에게 파격적 혜택을 주면서 자국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이른바 ‘천인 계획’이다. 기술 확보를 위해 우선 사람을 빼낸다는 전략이다. 4차산업 신기술 시대를 맞아 인재전쟁의 총성이 들려온다.

4차산업 시대 국제적 인재전쟁 치열
탈부산 막는 선순환 구조 구축 시급
분권운동 차원서 인재전략 추진해야
실효성 적은 지방대 육성법 개정 절실

한편 우리 지역에서도 최근 인재를 기준으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30년 후인 2047년에는 세종시(+86%)를 제외한 모든 시·도의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특히 부산은 46%까지나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1995년 388만 3000명을 기점으로 제일 많았던 부산 인구는 2019년 현재 347만 명으로 추락했는데, 앞으로는 더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료를 모아 보니, 부산의 미래 인구는 단순 감소 이상이다. 매우 악성적인 것 같다. 악성적인 이유는 초고령화가 광역시 중에서 제일 가파른 가운데, 이른바 활력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자세히 분석해 보니 부산의 활력인구 감소는 세 차례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인서울’ 대학을 향해 빠져 나가는 것이 1단계다. 매년 1만 명 이상이다. 2단계는 대학 졸업 후의 대탈출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부산지역 대학 졸업자 중 부산지역 내 취업자는 전체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즉 4명에 3명 꼴로 탈부산행에 참여한다. 이 비율은 울산·경남 44%, 대구·경북 34%, 인천·경기 28%와는 대조적이다. 부산은 이로써 그치지 않는다. 대학원을 마친 고급 인력도 절반 이상이 타지로 나가 버리는 3단계가 있다.

이것이 대학을 24개나 보유하고도 늘 일할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메커니즘이다. 참 아찔하다. 이를 바꾸어야 생존한다.

우리 지역 인재들이 헛바람 들지 않고 지역에서 신기술 개발에 몰두하여 산업을 키우고, 지역 사회의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우선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파괴적 인식을 해야 한다. 생각해 보자. 어떤 도시가 있는데, 30년 동안 매년 고교 졸업자가 1만 명, 대학 졸업자가 3만 명이 외지로 탈출하듯 나가 버린다고 하자. 이 도시가 발전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부산의 여론 주도자들은 인재의 유치와 활용에 대해 날카로운 인식을 못 하고 있다. 서울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 학생 이름을 현수막으로 홍보하는 도시가 부산이다. 이게 얼마나 자기부정적인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이런저런 자료를 분석해 보니, 이제 정말 인재 유출 문제에 대해 분권운동 차원에서라도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른바 인재분권이다. 사실 이제까지 한국에서 분권이란 늘 헛물만 켠 것이지만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인재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부산지역의 인재가 지역 내에서 꿈을 꾸고, 기르고, 펼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다.

특히 대학이 감당해야 할 과제는 절대적이다. 부산지역 대학생의 교육비는 전국 평균보다 상당히 알뜰한데도 왜 탈부산 열풍일까? 취업 기회 문제도 있지만 일차적으로 지역 대학이 만들어 내는 교육 상품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미 대학 교육은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른바 ‘편안한 교수직’은 옛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의 서비스 수요자를 위해 얼마나 양보하고 있는지, 스스로 담금질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전열을 가다듬은 후에는 실효성 약한 ‘지방대 육성법’도 개정해야 한다. 할당률 자체도 약한 데다 많은 조항이 ‘~할 수 있다’라는 권고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인재 균형발전’ 개념을 수용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지금 게임 운동장이 너무 기울어 있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 인재 분과를 만들어 공식 관리하게 하는 것도 운동장을 바로 펴는 방법이다.

이미 국회 의석 중에서 수도권의 의석이 거의 절반이라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 없다’는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이지 않은가.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