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공무원 통합 숙소 사업, 결국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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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가 초임 교사·공무원 정착을 돕기 위해 전국 최초로 추진한 공무원 전용 보금자리 건립사업(부산일보 2017년 8월 17일 자 12면 등 보도)이 결국 백지화됐다. 주력 산업인 조선업 장기 불황과 고강도 구조조정 여파로 노동자들이 떠나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고 집값도 떨어져 필요성이 현저히 낮아진 탓이다.

거제시는 ‘교사·공무원 통합 숙소’ 건립을 위한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취소했다고 18일 밝혔다. 통합 숙소는 우수 인력 유출을 막고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한 민선 6기 핵심 공약 사업이다. 거제로 발령된 교사와 공무원이 높은 물가와 주거 불안으로 조기 전근을 희망하는 일이 많은 만큼, 이들이 집값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市, 주택 건립 계획 최종 취소
특혜·적절성 논란 속 추진 지연
조선업 장기 침체로 잠정 보류
기존 예산은 복지관 보수에 사용

시는 애초 시립 임대 아파트로 밑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공공 임대아파트의 입주 대상을 특정 신분으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법성 및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불특정 다수의 서민에게 돌아가야 할 임대아파트가 공무원에게만 공급되는 것은 일종의 특혜라는 것이다.

게다가 국가직 공무원의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는 점에서 적절성 논란도 불거졌다. 이에 시는 사업의 성격을 임대아파트에서 기숙사 개념으로 우회했다. 사업명도 ‘초저가 시립 임대아파트’에서 ‘통합 숙소’로 바꿨다.

이를 토대로 시는 문동동 353 일대 8308㎡에 125억 원을 투입해 200세대(원룸형 170세대, 신혼부부형 30세대) 규모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입주 대상은 거제시청, 거제교육지원청, 거제경찰서, 거제소방서 등 관공서 소속 공무원으로 신규 임용, 신혼부부에게 우선 입주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임대료는 지역 내 기존 임대주택 공급가의 절반 수준인 월 20만 원 안팎으로 잡았다. 이후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와 설계 공모, 실시 설계 용역 등을 거쳐 2017년 7월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고시한 거제시는 그해 12월 착공, 2019년 말 입주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조선업 장기 침체 여파로 계획이 틀어졌다. 특히 조선업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인구가 급감하면서 불패 신화를 이어온 아파트 분양시장도 얼어붙었다. 국토부는 거제시를 아파트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결국 시는 민선 7기 출범을 계기로 공공주택 건설은 무리라고 판단, 주택경기가 활성화될 때까지 사업을 잠정 보류했다가 이번에 사실상 취소했다.

대신, 시는 사용처가 사라진 관련 예산과 부지를 기존 종합사회복지관 리모델링과 신축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한다. 2010년 문을 연 양정동 종합사회복지관은 지상 4층, 연면적 5251㎡ 규모로 장애인복지관을 겸하고 있다. 지은 지 10년이 넘어 시설이 노후한 데다, 복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장애인시설 분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시는 2014년부터 장애인을 위한 독립 복지관 계획을 수립, 추진했지만 신축 부지 선정에 이견이 커 지지부진했다. 이에 시는 기존 복지관을 리모델링해 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사용하고 통합 숙소 부지에 새 복지관을 지어 이전하기로 한 것이다. 리모델링 예산은 40억 원, 신축 예산은 85억 원이다. 신축 시설은 지상 4층, 연면적 3500㎡ 규모다.

이를 위한 공유재산 관리 계획 변경안이 이미 지난 6월 시의회를 통과했다. 시는 내년 상반기 중 새 복지관 설계를 마무리하고 9월 중 착공할 계획이다. 2022년 말 준공하면 이듬해 기존 복지관 리모델링에 착수해 장애인 복지 시설로 꾸민다.

거제시 관계자는 “우려됐던 민원해소는 물론 시설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편의시설 확대를 통해 인근 지역 주민의 복지 수준 향상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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