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울·경 상생, 양보와 배려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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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수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한 부산, 울산, 경남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을 넘어 경제활동, 생활, 교육, 문화,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기계,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이 유사해 상호 보완과 경쟁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부·울·경은 산업발전, 교통망 구축, 항만건설, 식수 확보 등 크고 작은 현안들에 있어 각자의 입장에 맞는 논리로 여론을 형성하면서 동남권이란 단결된 힘을 발휘하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는 동안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경제, 문화, 교통, 의료 등 사회 전 부문에 걸쳐 심화되었다.

전국 국토의 12.3%를 차지하는 동남권은 수도권에 비해 넓은 면적을 가졌음에도 인구는 약 800만 명 수준으로 약 2,600만 명에 달하는 수도권 인구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의 계속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무색하게도 수도권이 전 인구의 50% 이상, 경제 규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토발전 불균형의 정점을 찍고 있다.

이에 우선 부·울·경이 힘을 모아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광역경제권을 마련하는 일이 급선무다. 향후 광역경제권을 통한 지역 기업 간 교류확대, 물류수송과 지역민의 교류를 위한 광역교통망 연결, 지역인재 양성 등이 가능하도록 공동의 기초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최근 오랜 기간 부산이 주도하여 추진해온 부·울·경 신공항 조속 건설에 대해 3개 지역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동남권 상생협력의 방향성으로 비추어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 산업계는 물론 지역민들을 위해 24시간 안전하게 운영되는 공항 건설에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가치에 충실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지역 경제계는 부·울·경의 공동 발전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다만, 일견 걱정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수도권 쏠림을 우려하여 힘을 모아야 함은 당연하지만, 이것이 자칫 동남권 광역경제라는 틀 속에서 또 하나의 지역 쏠림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광역교통망이 확충된다면 유통, 금융 부문 등은 오히려 분산보다는 집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상생발전이라는 총론의 가치에 충실하고, 각론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견은 양보하고 배려로 다듬어가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특히, 이는 수도권이 지방에 배려해야 하는 것처럼 타지역에 비해 우수한 여건을 갖춘 부산지역이 대승적 차원에서 새겨봄직한 자세다.

지역 간 양보와 배려의 상생모델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항만 부문에 있어 경쟁관계에 있던 경남과 부산이 제2신항 건설과 관련해 맺은 상생 협약과 정부가 설립 추진 중인 원전해체센터 유치에 있어 경쟁 대신 부산·울산의 접경지역에 입지를 결정한 사례가 그것이다.

부·울·경이 함께 가야 한다는 목소리는 최근에 나온 것이 아니다. 약 800만 명의 인구가 밀집된 동남권은 앞으로도 수도권 규제완화 공동대응, 동남권 광역교통망 확충 등 협력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부·울·경이 하나의 팀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의 광역경제권을 만들자는 상생의 가치로 뭉친다면, 그 속에서 3개 지역이 누릴 상승효과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성장은 물론, 생존을 위해서라도 동남권이 힘을 합쳐야 함은 시대적 요구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우려되는 또 하나의 쏠림현상은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기를 바란다. 총론에는 동의하나 각론에서 반목과 대립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던 과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수도권에 대응한 제2의 경제권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오롯이 동남권의 상생발전을 통한 국가균형발전과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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