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파크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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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귀족 스포츠’로 여겨졌던 골프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운동 중 하나가 됐다. 친한 지인끼리는 물론이고 종종 초면인 사람과도 ‘주말에 운동 한번 같이할까요’라며 화제의 마중물로 삼기도 한다. 인사치레로 건네는 경우가 많다고 해도 그만큼 골프가 대중화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적잖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골프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은 아니다. 꾸준한 연습도 뒤따라야 한다.

탁 트인 공간에서 푸른 잔디를 밟으며 지인과 유쾌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골프의 이러한 장점을 좀 더 쉽고 간편하게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파크골프’가 등장한 배경일지도 모르겠다.

공원을 뜻하는 파크와 골프의 합성인 파크골프는 간이 골프의 개념으로 보면 될 듯하다. 대개 9홀이나 18홀에서 길이 86cm 이하의 파크골프용 클럽 하나로 전체 경기를 할 수 있다. 경기장 규모도 당연히 정식 골프장보다 훨씬 작은 1/50~1/100의 면적이면 된다고 한다. 경기 시간도 4~5시간 정도 걸리는 정식 골프보다 절반 정도에 불과해 어르신들에게 특히 적당한 운동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파크골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노령화가 일찍 시작된 일본에서 1983년 처음 시작됐다.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현재 일본에서만 400만 명 이상이 즐기는 스포츠로, 전국에 600개 이상의 골프 코스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998년 경남 진주시의 한 노인복지회관에 설치된 6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시초라고 한다. (사)한국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04년 서울 여의도 한강 변에 처음 정식 규격의 파크골프장이 들어섰고, 이후 전국 각지로 퍼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파크골프장은 200여 개 이상이며, 대회도 각 지역에서 수시로 열리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심화하면서 각 지자체가 파크골프장 설치에 관심을 보여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그런데 파크골프장이 기존 공원 부지나 강변 등에 설치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환경단체 또는 주민과 갈등을 빚는 일도 벌어진다. 최근 부산시가 삼락생태공원에 이어 화명생태공원에도 파크골프장을 추가로 설치하려 하자, 환경단체가 맹꽁이 서식지 훼손 등 환경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운동 시설이 환경과도 잘 조화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설이 되도록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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