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기업에 빌려준 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이 빠르게 나빠져 건전성 관리가 은행의 하반기 최우선 과제가 됐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말 기준 전체 대출 연체율(잠정)은 0.23∼0.36% 수준으로 집계됐다. 6월 말(0.21∼0.33%)과 비교해 하단과 상단이 각 0.02%포인트(P), 0.03%P 높아졌다. 기업대출만 보면 연체율(0.2∼0.48%)이 6월(0.18∼0.38%) 수준을 전반적으로 웃돈다. 은행에 따라서는 연체율이 0.5%에 근접한 경우도 있다. C은행의 연체율(0.48%)은 6월보다 0.2%P나 뛰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2월(0.35%)보다 0.1%P 이상 높다. D은행의 연체율도 0.4%까지 올랐는데, 해당 은행 내부 통계상 2018년 11월 이후 최고 기록이다.

연체율 0.5% 근접한 은행도
이자 납입 유예 등은 미반영

가계대출 연체율도 한 달 새 0.13∼0.29%에서 0.22∼0.28%로 하단이 크게 상승했다. C은행은 0.09%P가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평가에서 정부의 코로나19 피해 지원 방침에 따라 현재 5대 시중은행이 2월 이후 약 40조 원의 대출에 대해 만기 상환을 연기했고 이자 납입을 유예한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이 대출은 연체율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관련 여신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2월 이후 이달 13일까지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은 35조 792억 원에 이른다. 대출 원금을 나눠 갚는 기업의 분할 납부액 4조 280억 원도 받지 않고 미뤄 줬고, 같은 기간 이자 308억 원도 유예했다. 여러 형태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 총액이 39조 1380억 원에 이르는 셈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근처럼 대출이 급증할 경우, 일반적으로 ‘연체율 하락’ 착시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연체율 상승은 더욱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한편 은행권은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방역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각 은행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행장이 지휘하는 비상대책위원회 또는 종합상황반을 설치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주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