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하차도 침수 피해 방지 근본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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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천일건축엔지니어링 상무 대한민국명장

지난달 23일 부산지역에 내린 기습적인 폭우로 인하여 부산의 도심지역인 동구 초량동 지하차도가 침수되는 바람에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는 최근 시비(특별교부금)를 투입해 부산 시내 전체 침수 우려 지하차도 21개소에 대해 ‘스마트 지하차도 차량차단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전수조사한 결과, 부산지역 지하차도 총 48곳 가운데 침수 우려가 있는 29곳으로 파악되었다. 이 중 차단시스템이 설치된 8곳을 제외한 21곳에 스마트 지하차도 차량차단시스템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차량차단시스템은 지하차도 수위계와 연동해 전광판 경고와 경광등 점등, 경고 방송 송출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며 마지막으로 진입차단기가 원격으로 작동되는 구조다. 부산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간에는 지하차도별 전담 요원을 지정·배치해 폭우 등 재난 상황에 즉각 대응할 계획이다.

부산시 대책에 대해 기계설비 전문가의 입장에서 추가해야 할 내용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부산시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지하차도 차량차단시스템은 호우 경보 발령 때 자동으로 진입을 차단하고, 나중에 기상 상황을 판단해 운행을 재개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필자가 볼 때 호우특보 발령 때 단순히 차량진입을 차단하는 장치만으로는 지하차도 침수로 인한 인명피해를 완전히 방지할 수가 없다고 판단된다.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면 순간적으로 물이 불어날 수 있으며, 특히 교통체증으로 인하여 지하차도에 정체된 차량은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물이 차오르면 경고 방송을 통해 차량운전자의 비상탈출을 유도하는 것 이외에 지하차도 배수펌프의 용량을 확대하여 지하차도에 차오르는 물을 신속히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하차도 출구 측 교통신호체계와 지하차도에 설치되는 수위 감지장치를 연동하는 것이다.

이번 인명피해가 발생한 동구 초량 지하 차도의 경우 부두 쪽으로 빠져나가는 방향은 좌회전 등의 신호를 받게 되어 있다.

반대편 초량 정발장군 동상 방향 중앙대로 역시 지하차도를 지나면 부산역 방향으로 향하는 일방통행 도로와 연결되고,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중앙대로의 부산역 방향으로 좌회전 신호를 받게 되어 있다.

따라서 집중호우나 폭우 때 두 곳의 신호체계를 지하차도 수위 감지 시스템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양방향 차량 진입을 차단하고, 부두로와 중앙대로 직진 차량에 대해 정지 신호를 주어 지하차도 내 차를 신속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신호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이는 초량 지하차도뿐 아니라 나머지 20곳의 지하차도에도 배수펌프 용량을 확대하고 인근 도로의 교통신호체계를 수위 감지 장치와 연동해 침수 때 지하 차도 내 차량이 신속히 탈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부산시에서는 이번 기회에 각 지하차도의 구조와 주면 교통 여건을 고려해 침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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