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폐쇄 또… 대학병원·감염병 전담병원도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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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2차 대유행 비상

22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백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3일 폐쇄된 부산백병원 응급실 입구에 방역 중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주말 동안 부산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드러나 응급실이 폐쇄됐다. 마산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동과 응급실 일부가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초기 유행 때처럼 의료 공백 사태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부산백병원에 따르면, 전날인 22일 오전 6시 20분께 부산진구에 거주하는 A 씨가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 환자는 2시간 20분가량 병원 응급실에 머물렀으며, 이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부산 254번 환자로 분류됐으며, 부산의료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부산백병원 응급실 확진자 다녀가
부산의료원도 응급 전문의 한때 격리
마산의료원·서울아산병원 등
의료진 확진 잇따라 ‘의료 공백’우려

부산시에 따르면, A 씨는 감염원을 알 수 없는 ‘기타’ 환자로 분류됐다. 시는 A 씨의 접촉자를 파악하는 등 감염원을 파악하기 위한 역학 조사를 진행 중이다.

부산백병원은 A 씨가 병원을 다녀간 이후인 22일 오후 1시 30분 응급실을 폐쇄했다. A 씨와 접촉한 의료진과 병원 직원 등은 코로나19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백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자체 검사를 실시할 당시 양성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응급실을 폐쇄했다. 현재 방역을 실시 중이며, 응급실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는 역학 조사를 통해 A 씨의 병원 내 동선 등도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부산의료원 응급실에도 확진자가 다녀가 응급실이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당시 환자와 접촉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등 의료진이 격리조치 됐으나, 검사에서는 접촉자 모두 음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주말 동안 전국적으로도 병원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 일부 폐쇄가 잇따랐다. 23일에는 순천향대 천안병원 의료진 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병원 시설 일부가 폐쇄됐다.

양성 판정을 받은 이들은 응급중환자실 간호사, 내시경실 간호사, 간호조무사이며, 병원 측은 응급중환자실과 내시경실을 폐쇄하고, 다른 병동을 확보해 응급중환자실에 있던 환자들을 코호트 격리했다. 또 밀접 접촉환자와 전 직원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검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경남도립 마산의료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20대 간호사가 양성 판정을 받아 응급실이 폐쇄됐다. 역학 조사 결과, 이 병원 의사 3명과 간호사 4명, 병원 직원 3명, 환자 1명 등 총 1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와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모두 음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마산의료원은 접촉자 모두가 음성인 것을 확인한 후, 응급실 폐쇄 조치를 해제했다.

같은 날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이비인후과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병동 일부가 폐쇄됐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이 간호사의 시어머니가 앞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시어머니를 접촉한 남편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확산 추세로 인해 병원 폐쇄가 잇따르자, 방역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잇단 폐쇄에 따른 지역 사회의 진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은 지역별로 한두 곳 문을 닫는 수준이지만, 확산 추세가 더욱 거세져 병원이 동시다발적으로 문을 닫을 경우 의료 공백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의료진이 만약 감염이 되면 해당되는 의료기관이 일정 시간 환자 진료를 못 보는 상황으로 가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 (방역당국이)반드시 막아야 될 장소”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더 늦기 전에 체계적인 의료 연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올해 초부터 병원 간 연계 조정을 수차례 강조했지만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다. 대학병원이나 부산의료원 응급실이 폐쇄됐을 때, 어느 곳으로 환자를 보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연계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현재 의료 체계가 개별적으로 알아서 하는 구조이다 보니 연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시가 컨트롤타워인 만큼, 한정된 의료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연계할 것인지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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