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깜깜이 환자’ 18명, 식사·모임 통해 ‘n차 감염’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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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2차 대유행 비상

현장 예배 강행하는 교회...23일 오전 부산진구 한 교회에서 교인들이 현장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로 부산시가 지역 교회들에 대면 예배를 금지했지만, 일부 부산지역 교회가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연합뉴스

전국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400명에 육박한 가운데 부산에선 갈수록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가 늘어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잘 지켜 줄 것으로 당부했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81명 중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는 18명이다. 이날 추가된 확진자 3명 중 1명(254번 확진자)도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로 확인돼 현재 시가 역학조사 중이다. 깜깜이 환자와 관련 환자 대부분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거나 식사·모임 도중 감염돼 가족과 지인에게 또다시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감염 경로 불명 환자 줄 이어
198번 전파 추정 환자만 12명
접촉자 파악 어려워 불안 커져
방역수칙 경각심 느슨해진 탓
“올바른 마스크 착용만이 최선”

부산시 관계자는 “깜깜이 환자들의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시행 중이다”고 말했다. 깜깜이 환자의 경우 최초 감염경로를 잡기가 어려워 접촉자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에 n차 감염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깜깜이 환자로 시작된 n차 감염은 모임 또는 식사를 통해 주로 확산됐다. 229번과 230번 환자는 북구 부민병원 미화원으로 근무 중인 221번 환자의 접촉자로, 이들은 휴게공간에서 함께 식사 등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깜깜이 환자로 분류된 환자 중 한 명인 198번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 확진자만 12명에 달한다. 198번 확진자와 같은 스크린 골프장을 이용한 3명이 연이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198번 확진자의 가족 4명이 추가 확진됐다. 또한 이들과 접촉한 지인 또는 접촉자 5명이 감염됐다. 선박 관련 공구 업체 직원인 199번 확진자에 따른 n차 감염도 확인되고 있다. 부산 가야고 재학생 확진자인 234번 확진자는 199번 확진자에게 감염된 어머니 친구인 224번 확진자와 함께 부산진구 모 식당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밀접 접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99번과 관련된 확진자는 9명이며, 학교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안병선 부산시 건강정책과장은 “환자가 계속 증가하는 데다, 특히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확진 사례를 보면 개인적인 식사나 단체 회식 등 모임을 통한 감염사례가 많은데 이는 방역수칙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무엇보다 마스크 착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방역수칙 준수가 현재로선 지역감염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에 부산시는 22일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음식물 섭취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다. 운송 수단이나 건축물 등 실내 공간과 집회나 공연장 등 접촉 위험성이 높은 실외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부산시는 계도 기간을 거친 뒤 마스크 미착용에 대해 올해 10월 13일부터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지난 18일 경기도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데 이어 서울시도 24일부터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다.

방역당국은 마스크의 종류보다는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3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장시간 마스크를 벗고 있거나 마스크를 턱에만 걸치는 경우, 코를 내놓고 입만 가리는 등 부적절한 마스크 착용이 훨씬 더 문제가 된다”며 “KF 보건용 마스크가 아닌 비말차단 마스크라 하더라도 제대로 빠짐없이 쓰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식사 때 잠깐 빼고 대화를 하거나 일상적인 호흡을 할 때도 항상 마스크를 써 달라”고 당부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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