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찰, 아이들 앞 흑인 총격… 이틀째 격렬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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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의 카운티 법원 밖 거리에서 한 시위자가 불에 탄 쓰레기 차량 옆에 서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팻말을 들고 있다. 시위 이틀째 시민들은 카운티 법원 인근에 모여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으며, 이 과정에서 차량과 건물 3채가 불에 탔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미국에서 또다시 비무장 흑인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 시위가 이틀째 이어졌으며, 해당 지역에 주 방위군이 배치됐다.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5시께 경찰의 총격을 받은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고 로이터통신과 현지 지역매체가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가정 문제’로 출동했었다는 점 외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총격 배경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주차 차량 승차 순간 총성 7발
세 아들 현장 목격, 아버지 중태
SNS 통해 사고 영상 급속 퍼져
위스콘신 시위 사태 방위군 배치
바이든 “구조적 인종주의 없애야”

사고 정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거리에 주차된 차량 쪽으로 걸어가고, 복수의 백인 경찰관이 그를 향해 총을 겨눈 채 뒤따라간다. 남성이 차량 문을 열자 경찰관은 그의 등 바로 뒤에서 총을 수차례 발사한다. 영상에는 총 7발의 총성이 들린다. 총격 직후 한 여성이 차량 옆 경찰 쪽으로 다가와 어쩔 줄 몰라 팔짝팔짝 뛰기도 한다.

인권 변호사인 벤 크럼프는 이날 트위터로 “당시 블레이크가 타려고 한 차에 그의 3세와 5세, 8세 등 아들 3명이 타고 있었다”며 “그들은 경찰이 아버지를 총으로 쏘는 장면을 봤으며, 영원히 트라우마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근 주민인 스텔라 런던은 당시 블레이크는 차량이 긁힌 것을 두고 싸우던 여성 2명을 말리려고 했는데, 경찰은 블레이크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한 것 같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는 한 주민은 블레이크가 마당에서 열린 3살 아들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고 있었다고 WP에 전했다.

사고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확산하면서 시민들의 거센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건 현장에 모인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벽돌과 화염병을 던졌으며, 시위 도중 불이 나기도 했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24일 시위가 악화 조짐을 보이자, 사건이 발생한 커노샤의 주요 기간시설과 소방관 등의 보호를 위해 125명의 주 방위군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커노샤 카운티는 이날 오후 8시 부로 통행금지령도 내렸다.

민주당 소속인 에버스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블레이크는 미국이나 우리 주에서 법 집행 요원의 총에 맞은 첫 번째 흑인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인종차별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한편 11월 대선에서 대표적인 경합 주로 꼽히는 위스콘신의 공화당 인사들은 폭력적인 시위에 대한 비판과 함께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이 나라는 또 다른 흑인이 과도한 공권력의 희생자가 됐다는 분노와 슬픔 속에 아침을 맞았다”며 “즉각적이고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며 총을 쏜 경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는 이어 “우리는 구조적 인종주의를 없애야 한다. 이는 우리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라며 “아내와 나는 (피해자)제이컵의 회복과 그의 아이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에서는 지난 5월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눌린 채로 숨진 사건 이후 경찰의 폭력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위스콘신주 법무부는 현재 이 사건을 조사 중이며, 연루된 경찰관 2명은 휴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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