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심도 내 일제강점기 건물 다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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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본인 전등소장 관사로 사용된 지심도 내 한 주택.  섬연구소 제공

속보=관광섬 개발에 따른 토착민 이주를 놓고 행정과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진 경남 거제시 지심도(부산일보 8월 21일 자 10면 등 보도)에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한 건축물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사)섬연구소는 최근 지심도 내 건축물에 대한 자체 전수 조사 결과, 주민들이 사는 주택 15채 중 13채가 근대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음이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섬연구소, 주택 15채 전수조사
“헌병주재소·식당 등으로 사용”



섬연구소에 따르면 1936년 일본군은 지심도에 살고 있던 조선인 10여 가구를 강제로 내쫓고 포진지를 관리할 1개 중대 병력 100여 명을 주둔시켰다. 당시 구축한 포진지 4개와 탄약고, 서치라이트 보관소, 방향 지시서, 욱일승천기 게양대 등이 아직 남아 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지심도 내 주택 중 13채가 일본군 주둔 시기에 건축된 일본식 목조 건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머지 2채는 해방 후인 1950년대 지어졌다.





섬연구소는 이들 주택이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준비하던 시기 군 주둔지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밝혀 줄 귀중한 사료이자 일제 침략전쟁의 증거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제가 우리 국토를 어떻게 유린하고 민중을 어떻게 탄압하고 강제 노동을 시켰는지를 알려 주는 증거”라며 “지심도는 한국판 군함도였다”고 주장했다.

섬연구소는 특히, 이번 조사를 통해 이들 주택의 용도까지 새롭게 밝혀냈다고 했다. 13채 중 하나는 일본군 전등소 소장 사택으로 이미 그 용도가 알려졌었다. 하지만 일본군 장교 사택과 헌병 주재소, 통신소, 발전소, 병사 식당, 포진지 공사에 징용된 조선인 숙소였다는 것은 지금껏 확인되지 않았던 사실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건물은 사라지고 없지만, 군사용 철 공구를 생산하던 대장간 터도 찾아냈다.

섬연구소는 “지심도를 다크투어리즘으로 활용해 왔던 거제시가 정작 주민이 사는 주택들이 가진 가치는 파악하지 못한 채 강제 철거를 계획하고 있었다”면서 “주민들이 강제 이주당했다면 귀중한 역사 자원인 주택들도 멸실되고 말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늦었지만, 이제라도 지심도 주택의 역사 문화적 가치가 발견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일본제국주의 침략 군대의 주둔지가 이토록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는 것은 지심도가 유일하다. 반드시 문화재로 등록돼 일제 침략 역사의 산 교육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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