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측근 보좌관 2명 잠적, 초동수사 미적대다 날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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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해소 못 한 오거돈 수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올 6월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부산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자신이 자백한 강제추행 혐의 이외에 공직 선거법 위반, 직권 남용, 부산시장 관용차 성추행 등 각종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그동안 각종 의혹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으나, 결국 다른 혐의에 대해선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수사 초기 경찰의 대처가 아쉽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앞으로 오 전 시장의 재판에서는 범행의 ‘우발성’ 또는 ‘계획성’이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선거법 위반·직권남용·차 안 성추행 등
자백한 강제추행 외 각종 의혹 무혐의
총선 고려 사퇴 시기 조율 혐의 못 찾아
70일 후 압수수색, 증거 인멸 가능성
피해자 조사 성폭력상담소도 비협조적
재판 과정서 추행 ‘계획성’ 쟁점 전망

■증거 확보 실패, 추행 외 모든 의혹 무혐의

오 전 시장과 핵심 측근들이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려한 의혹은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오 전 시장과 장형철 전 정책수석보좌관과 신진구 대외협력보좌관은 강제추행 사건이 4·15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사퇴 시기를 조율(공직선거법 위반)하고 총선 전 사건 무마를 시도(직권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그러나 경찰은 그동안 주요 참고인 21명을 조사하고 8000건 이상의 통화내용을 확인했으나 관련 증거를 찾지 못해 결국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오 전 시장 사퇴 시기는 오 전 시장 본인은 물론 정무 라인에서 정하지 않았다. 또 오 전 시장의 사퇴 시기가 4·15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직권 남용에 대해 “보좌관 1명이 소통 창구 역할을 한 것이고, 직권 남용이 인정될 만한 지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오 전 시장 측이 청와대나 여당, 여당 대표 등과 사퇴 시기 관련 조율하는 통화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부하 직원 강제추행으로 인해 추가로 불거진 ‘부산시장 관용차 성추행과 불법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참고인 13명, 주거지, 사무실, 이메일, 통화 내역 등을 조사했으나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지난해 오거돈 전 시장이 시청 직원을 자신의 관용차로 불러 성추행한 뒤 이를 문제 삼으려 하자 서울시의회로 전보시켜 주는 대가로 침묵하겠다는 확약서를 쓰게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초기 대응 실패

오 전 시장과 관련한 다른 의혹들에 대해선 모두 무혐의 처리되면서, 경찰이 ‘뒷북 압수수색’ 등 소극적인 수사로 일관하면서 물증 확보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경찰 주변에선 수사 초기부터 “자칫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수사인 만큼 경찰이 오 전 시장이 시인한 강제추행 외 의혹들에 대한 실체를 밝혀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말이 줄곧 떠돌았다.

올 4월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직후 당시 성추행 사건의 핵심 ‘키’를 쥐고 있던 오 전 시장을 비롯해 장 전 수석, 신 보좌관 모두 한 달 이상 잠적했다. 또 당시 피해자를 조사한 성폭력상담소 역시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대응했다. 당시 경찰은 잠적한 핵심 인물을 찾기보다는 주변 인물 수사에 나서면서 결정적 물증이나 증언 확보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다 경찰은 장 전 수석과 신 보좌관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수사 개시 70일 이후에야 처음으로 실시해 ‘뒷북 압수수색’ 논란이 빚어졌다. 이처럼 뒤늦게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증거가 인멸됐을 우려도 높았다. 실제로 압수수색 당시, 장 전 수석의 사무실은 텅텅 비어 있어, 경찰은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추행 ‘계획성’ 여부가 관건

검찰이 경찰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오 전 시장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만 재판을 받게 된다. 향후 강제추행의 우발성 또는 계획성에 따라 오 전 시장의 처벌 수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오 전 시장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당시 오 전 시장 측은 그동안 경찰 수사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인지부조화’를 내세우며 우발적 행동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인지부조화란 자신의 태도와 행동이 일관되지 않고 모순돼 양립할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심사에서 ‘피해자 말이 다 맞고 성추행 범행은 인정하나 구체적인 범행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인지부조화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오 전 시장의 강제추행이 우발적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오 시장 측은 화려한 변호인단을 앞세워 우발적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법조계 한 인사는 “부하 직원이 집무실에서 처리할 만한 긴요한 일이 있었는지가 범행의 계획성과 우발성을 가리는 잣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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