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덮친 연극계 활력 되찾는 계기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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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일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

“제가 쓴 희곡이 거창국제연극제를 찾는 많은 관객에게 감동의 무대를 선사하길 바랍니다.”

최근 자신의 이름으로 희곡집을 낸 거창국제연극제 이종일 집행위원장. 그는 “연출가로서 40여 년 동안 연극연출 작업을 하면서 희곡을 분석하다 보니 희곡이 연극의 생명인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번 희곡집 출판이 코로나19로 힘든 연극계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밀항선 등 5편 묶은 희곡집 출간
일제강점기 파괴된 가족사 등 다뤄
40여 년 연출 '전천후 연극인' 평가

이종일 위원장 하면 우선 거창국제연극제가 떠오른다. 그는 덕유산자락 산골인 경남 거창에 한국 최고의 야외연극축제인 거창국제연극제를 태동시킨 주역이다. 매년 20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고 380억 원의 지역 문화경제 파급효과를 거두는 거창국제연극제는 문화·산업적으로 성공한 연극축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인구 6만 명에 불과한 거창에서 지역문화와 중앙문화의 수평화는 물론 지역축제의 세계화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한국 연극사에 한 획을 그었다.

부산 동래 출신인 이 위원장은 “개발로 파헤쳐놓은 부산교대 옆 척박한 땅에 천막으로 세워진 베다니 개척교회의 고등부 활동으로 성극을 하면서 연극의 인생길로 접어들었다”고 회상했다. 대학 시절에는 극예술연구회를 창립할 정도로 연극에 미친듯이 빠져들었다.

이 위원장은 문화 황무지 거창의 시골에 거창국제연극제를 비롯한 거창전국대학연극제, 거창 겨울연극제, 거창실버연극제 등 사계절 연극축제를 기획해 열었다. 거창을 ‘아시아의 아비뇽’인 연극축제 도시로 조성하는 등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

이 위원장은 동서희곡문학지를 통해 등단하면서 극작가로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출간한 ‘이종일 희곡집 1’은 ‘조선료리집 판문점’ ‘밀항선’ ‘종각이 있는 공원’ ‘노르망디에 핀 쑥부쟁이’ ‘토굴뱅이’ 등 5편이다.

조선료리집 판문점은 일제식민지 시대 상황에 허물어지고 이념에 파괴된 가족사를 다룬 작품이다. 밀항선은 물신주의에 희생되는 인간 운명을 그렸다. 종각이 있는 공원은 악의 종말을 고발했다. 노르망디에 핀 쑥부쟁이는 재불 화가의 치열한 예술혼을 투영한 작품이다. 토굴뱅이는 징 울음 잡는 대정이의 집념을 파헤쳤다.

오직 연극의 길을 순교자처럼 묵묵히 걷는 ‘전천후 연극인’으로 평가받는 이 위원장은 “한기환 한하균, 두 분의 훌륭한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물려받은 연극을 천직으로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지역과 국내 연극 발전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류영신 기자 ysry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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