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홍콩의 위기를 부산의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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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필자는 간간이 서울 출장을 간다. 출장 때마다 잠시나마 서울에서 생활한다는 것에 불편을 느끼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식사 시간 서울의 음식점에 들를 때마다 부산의 단골 맛집이 생각난다. 서울에선 별로 맛도 없는 음식이 왜 그렇게 비싼지. 그리고 요즘처럼 여름철에 서울의 무더위에 허덕이다 보면 이내 부산의 바닷바람이 아쉬워진다. 여름에는 무더위에 겨울에는 강추위에 고통을 받고 보면 서울을 다녀올 때마다 기후가 안온한 부산이 그립기만 하다.

출퇴근 시간 북적이는 서울의 거리와 발 디딜 틈이 없는 지하철을 이용해 보면 교통지옥이 따로 없다. 미세먼지는 또 어떠한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에 많은 사람들이 전·월세를 전전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부대끼며 살다 보니 아이를 가질 여력이 없고 의욕도 가질 수 없다. 이미 서울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 당 출산율)은 0.76으로 전국에서 꼴찌다. 출산율은 꼴찌인데 전국 각지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서울에 몰린다. 간간이 서울에 거주하는 지인들과 만나면 “왜 이리 힘들고 불편한 곳에 모두들 기를 쓰고 거주하려 하는가”라는 우문을 던지려다 참는다. 현실과 동떨어진 무식한 질문이 되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리도 좋아하는 부산에 대기업 일자리가 있는가, 소위 SKY로 불리는 명문대학이 있는가,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이 있는가, 제대로 된 문화시설이 제대로 있는가 등등 되물으면 할 말이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 제2 도시 부산의 현실이다.

지역 불균형 방치하면 미래 없어
부·울·경이 선도적인 역할 해야
홍콩 해양금융 기능 부산에 유치
젊은이 몰리는 금융중심지 기대

좁은 국토의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리고 정치·경제·교육·문화 모든 영역이 집중되어 있다. 1000여 대기업의 본사 75% 이상이 수도권에 있고, 전국 신용카드 사용액의 72%가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인구 구성은 또 어떠한가. 수도권에 60대 이상의 노령인구는 20%가 되지 않는다. 반면 수많은 젊은 층이 폭등한 집값에 전·월세를 전전하며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젊은 서울’과 ‘늙은 지방’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명절이면 민족 대이동이 벌어진다. 도시에서 지방으로의 이동이 아니다. 대부분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의 이동, 즉 서울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가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님을 찾고자 함이다. 명절에 부산에서 지방으로의 이동이 제대로 있는가. 지역불균형을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나라에 미래가 없다.

중앙정부도 이러한 불균형의 심각성에 주목하여 정부청사의 세종시로의 추가 이전,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데 오롯이 중앙정부에만 기댈 수는 없다. 국토균형발전을 이루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지역이 부·울·경이며, 여기에서 부산의 역할을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자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홍콩의 특별경제지위를 박탈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미국의 제재로 인하여 홍콩은 거래 위축에 따라 1조 달러 규모나 되는 국제금융지로서의 기능을 점차 상실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부산이 홍콩의 국제금융기능 전체를 대체하기에는 인프라를 비롯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홍콩의 해양금융 기능만은 부산으로 유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부산은 세계 유수의 항만도시 중 하나로 해운업, 조선업 및 조선기자재업이 집적되어 있다. 중앙정부가 해양금융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도 부산에 설립되었다. 공사는 이미 HMM의 초대형선박 및 컨테이너박스 금융을 위해 해외금융기관의 자금을 대규모로 유치하고 있다. 향후에도 공사는 선박금융에서 해외금융기관의 자금을 유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해외금융기관이 이미 자금을 공여하고 있어 향후 부산에서 선박금융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간다면, 부산을 국제해양금융의 중심지로 발돋움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부산을 젊은이들이 일하기 위해 몰리는 도시로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기회는 오직 준비하는 자에게 온다고 했다. 이번이 그 기회가 아닐까. 거의 유명무실에 가까워진 해양금융을 부산을 중심으로 한층 더 육성하고 아울러 홍콩을 떠나 대체 도시를 찾을 국제해양금융기관들을 유치하여 명실상부한 해양금융중심지로 부산을 육성하는데 부산시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부산시의 노력에 적극 부응하려 한다. 우리나라 해운업 재건을 위해 설립된 공사이지만 지역사회의 발전과 우리나라의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응해야 함이 정부공공기관으로서의 기본적 소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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